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 논란과 관련해 ‘고의 공시누락’ 판정을 받으면서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물러나야 할 수도 있고 검찰 수사도 받게 돼 수주에 차질을 빚어져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12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담당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담당임원 해임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김 대표가 행정소송으로 정부에 맞서는 구도를 형성하면서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를 유지하기에는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해외 수주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으로 대외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수주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바이오의약품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회계 관련 신뢰도는 매우 중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산 18만ℓ 규모의 3공장을 완공하면서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ℓ와 합쳐 총 36만ℓ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 완공을 통해 생산능력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CMO)업체가 됐다.

그러나 현재 3공장 수주실적은 아직 미미해 공장 가동률을 놓고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수주에 타격을 입으면 공장 가동률이 더욱 낮아져 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에 1공장을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하면서 1공장 가동률이 급감했고 실적이 악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에 매출 1310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 순손실 572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1.2%, 영업이익은 80.2%가 줄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변경과 관련해 분식회계 여부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이 났다면 검찰 고발이 이뤄지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 처리기준 위반 혐의를 놓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이 감리를 실시한 이후에 결과를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주장에 맞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징계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등을 심의할 상장 실질심사도 당장은 피하게 됐다. 회계 처리기준 위반 대상이 재무제표상 숫자가 아닌 주석이라면 상장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임시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고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 처리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해야 하기에 지배적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시장가치는 5조 2726억 원으로 평가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을 시장가액으로 2015년 회계에 반영해 1조9049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리고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에 콜옵션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고 2016년부터 콜옵션의 내용이 공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무제표에 콜옵션 사안을 기재하지 않은 것을 명백한 ‘고의’라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재무제표를 감사하면서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회계법인 및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는 감사업무 제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도 의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