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끝나 수출에 미칠 타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분쟁이 길어지거나 세계로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와 미국·중국 대상의 높은 수출 의존도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국가로 꼽히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픽셋에셋매니지먼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충격을 받을 국가 10곳 가운데 6위로 한국을 들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한국의 글로벌 교역체인 참여율(수출품과 수입품의 부가가치 합계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1%로 세계 6위인만큼 무역분쟁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무역분쟁에 영향을 받는 품목을 주로 수출하고 있는 데다 주요 무역상대에 미국과 중국이 모두 들어가 있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한국은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중이 2017년 기준 24.8%에 이르러 중국 경제가 무역분쟁으로 휘청이면 한국도 함께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한국 등에서 수입한 중간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역분쟁의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 중국 수출액의 68.7%를 중간재로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기존보다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내 경제주체들의 불안이 커지자 미국과 중국 경제의 연관성이 높은 만큼 무역분쟁도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 25%를 서로 부과하면 1년 동안 한국의 중국 대상 수출액은 2억7천만 달러, 미국 대상 수출액은 6천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감소폭이 한국의 2017년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은 0.19%, 미국은 0.09%에 머무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공세를 유지하고 중국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안정을 위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유럽연합(EU)도 보복 관세를 결정하는 등 무역분쟁이 세계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장기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타이무르 바이그 싱가포르 DBS은행 수석 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의 격화에 따라 상대 국가에서 들여온 모든 수입품에 관세 15~25%를 추가로 부과하게 되면 한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CNBC에서 보도했다.
유럽연합도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관세율이 평균 10%포인트 오른다면 글로벌 무역량이 지금보다 6% 줄어들면서 한국의 수출액도 6.4%(367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한국무역협회가 전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