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에 도전한다.
조 선수는 29일 월드컵 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에서 “더 유명한 선수가 돼 유럽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선수는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영국 BBC와 미국 블리처리포트가 28일 뽑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베스트11’에 조 선수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별명 ‘대헤아(대구 데 헤아)’의 원조인 스페인의 세계적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 선수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월드컵 골키퍼 순위는 선방 횟수와 실점을 따져 정해지는 데 29일 기준으로 조 선수는 3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유럽 진출은 쉽지 않다. 대표팀 주축 대부분이 유럽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한국 골키퍼가 유럽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문제는 언어다.
골키퍼는 날아오는 공을 막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수비의 최종 책임자로서 수비수들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포지션인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선수들이 활발하게 유럽에 진출했지만 골키퍼만은 예외였다. 김병지, 이운재 선수 등 선방 능력으로 주목받던 골키퍼가 있었지만 모두 유럽 진출에는 실패했다.
말 그대로 ‘전인미답’의 영역이지만 국내 축구팬들이 조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이력 때문이다.
조 선수는 2016년까지만 해도 K리그2(2부 리그) 소속 선수였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즐비한 국가대표팀에서 국내 2부 리그 선수 발탁은 이례적이었다.
더욱이 그는 2017년 11월이 돼서야 국가대표팀 첫 경기에 나섰다. 경험이 채 반 년도 안된 선수가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내내 눈부신 선방으로 화답했다. 독일과 경기에서는 26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기적 같은 2:0 승리를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보지 못한 길이었을 뿐, 갈 수 없는 길은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