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CJ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전문경영인들의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회장의 수감 당시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이 회장의 친인척과 원로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5인 위원회’는 사실상 해체됐고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중책이 맡겨지고 있다.
이를 놓고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성장 고삐를 당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재현, 전문경영진 활동폭 넓혀주다
27일 CJ그룹 인사를 놓고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경영 복귀 선언 이후 실시했던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이날 CJ오쇼핑과 CJE&M의 합병법인인 CJENM의 대표에
허민회 CJ오쇼핑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CJENM 대표이사 아래 △E&M부문과 △오쇼핑부문을 두고
허민회 대표가 E&M부문 대표를 겸임하고 오쇼핑부문 대표는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가 옮겨와 맡게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는
구창근 CJ푸드빌 대표가 이동해 맡고
구창근 대표가 맡던 CJ푸드빌 대표는 정성필 CJCGV 국내사업본부장이 맡게 됐다.
이번 인사로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수감 당시 그룹을 이끌던 ‘5인 경영위원회’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문경영진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5인 경영위원회는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회장을 중심으로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이관훈 CJ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복귀를 선언한 뒤 11월 인사와 이번 인사를 통해 CJ그룹을 전문경영인들이 계열사들을 전담하는 체제로 바꾸었다.
손 회장은 현재 한국경영자총협회장에 취임해 사실상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고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이채욱 부회장은 건강 문제로 올해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이관훈 사장은 퇴사했으며 김철하 부회장은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김홍기 CJ 대표이사가 지주사 CJ를 맡고
신현재 대표가 CJ 경영총괄에서 CJ제일제당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허민회 대표가 CJENM대표를 맡으면서
신현재,
허민회 두 전문경영인이 각각 CJ그룹의 양대 축인 CJ제일제당과 CJENM을 책임지는 구도가 형성됐다.
CJ제일제당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은
박근태 대표가, CJENM 자회사인 CJ헬로는 변동식 대표가 맡고 있다. CJ의 다른 자회사인 CJCGV는
서정 대표가, CJ프레시웨이는 문종석 대표가 맡고 있다.
이 전문경영인들 가운데 회장, 부회장 직급은 아예 없다.
박근태 대표와
신현재 대표만 사장이고 나머지는 부사장이다.
◆ 재무 능력과 성과주의에 방점
이재현 회장이 구축한 전문경영진들을 살펴보면 ‘재무’와 ‘성과주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허민회 대표는 CJ그룹에서 재무 전문가로 현안 해결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허민회 CJENM 대표이사 겸 E&M부문 대표(왼쪽)과 허민호 CJENM 오쇼핑부문 대표. |
부산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CJ제일제당 자금팀에 입사했고 CJ투자증권 매각과 대한통운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또한 2012년 CJ푸드빌 대표, 2014년 12월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 2015년 CJ오쇼핑 대표 등 CJ그룹의 중요 계열사가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거나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왔다.
이번에 CJ푸드빌 대표에 임명된 정성필 CJCGV 국내사업본부장(상무) 역시 CJ헬로비전과 CJ CGV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성과를 낸 전문경영인을 적극 우대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의지도 엿보인다.
허민호 CJENM의 오쇼핑부문 대표는 올리브영을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8년부터 CJ올리브영의 대표를 맡았고 국내에 헬스앤뷰티매장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구창근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도 지난해 7월부터 CJ푸드빌 대표를 맡아 투썸플레이스 물적분할과 외부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CJ푸드빌은 만성 적자에 시달렸는데 구 대표의 이런 공로 덕분에 자금난을 한숨 돌리게 됐다.
CJ그룹은 그동안 CJ제일제당 공채 출신을 우대해왔던 ‘순혈주의’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인사에서는 성과를 낸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을 적극 우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허민호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출신이다.
서정 CJCGV 대표는 삼성물산 출신이고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도 동원그룹 출신이다.
신현재 대표와 김홍기 대표는 경력직으로 입사했고
구창근 대표는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 전문가 우대 인사는 CJ그룹의 인수합병 의지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며 “
이재현 회장의 강력한 성장 의지가 전문경영진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