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자로서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른 수상 성과
이미경은 CJENM이 제작·투자한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다수의 수상 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2022년 5월28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 고래에다 하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미경은 '헤어질 결심'에 제작총괄로, '브로커'에 제작투자자로 참여했다.
수상대에 오른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 리(이미경),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미경은 칸 영화제를 앞두고 대규모 옥외광고, 유명인사 초청 상영회 등을 통한 홍보 지원에 나서는 등 두 작품의 수상을 위해 공을 들였다. 영화업계에서는 이미경이 1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경은 2020년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서 세계적 조명을 받았다.
‘기생충’은 2020년 2월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은 한국 영화산업의 높은 제작역량을 증명하며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국내외에서 뛰어난 흥행성적을 내거나 작품성이 훌륭하다고 인정받은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이미경은 이 과정의 숨은 공신으로 꼽혔다. 이미경은 '기생충' 제작에 책임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네트워크를 동원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이미경은 2019년 5월 칸 국제영화제 참여를 통해 5년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칸 국제영화제는 이미경이 공개활동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무대가 됐다.
이미경은 '기생충' 이후에 봉준호 감독이 만드는 영화 2편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영화업계에서는 이미경이 다시금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배출할 채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경은 2020년 2월18일 CNN 뉴스에 출연해 ‘봉 감독의 차기작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함께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 1편, 영어 영화 1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봉 감독은 심해어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에드워드 애쉬튼의 SF 소설을 각색한 '미키7'을 준비 중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역량 확보를 위한 멀티스튜디오 구축
이미경은 CJENM의 콘텐츠 제작역량 확대를 위해 ‘장르별 특화 멀티스튜디오’ 구축을 추진했다.
CJENM의 ‘장르별 특화 멀티스튜디오’ 구축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제작사는 한국의 ‘스튜디오드래곤’과 'CJENM스튜디오스’, 미국의 ‘엔데버콘텐트’, 일본의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이다.
CJENM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장르, CJENM스튜디오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상 콘텐츠 및 영화 제작에 주로 나선다.
엔데버콘텐트는 미국 현지 지식기반(I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및 영화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은 네이버 웹툰의 일본 현지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에 각각 특화됐다.
이미경은 멀티스튜디오 구축 과정에서 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필요하다면 전략적 협업과 신규 스튜디오 설립도 카드로 꺼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은 2022년 5월12일 각각 300억 원씩 출자해 합작법인 스튜디오드래곤재팬을 설립했다.
2022년 4월5일에는 CJENM이 자본금 700억 원을 투입해 CJENM스튜디오스를 설립하고 하용수 CJENM 성장추진실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이미경은 CJENM스튜디오스 설립 전부터 제작역량 강화를 위한 영화제작사 인수에 나섰다.
CJENM은 2021년 3분기에 영화 제작사인 ‘엠메이커스’와 ‘모호필름’,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리언볼트' 등 3곳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 투자를 통해 CJENM은 엠메이커스 지분 51.02%, 모호필름 지분 58.46%, 밀리언볼트 지분 55.4%를 보유하게 됐다.
콘텐츠 업계는 이들 제작사 인수를 두고 곧 설립될 CJENM스튜디오스에 편입할 자회사를 끌어모는 것으로 봤다.
미국의 거대 콘텐츠 제작사도 품에 안았다.
CJENM은 2021년 11월19일 라라랜드 등의 제작사 엔데버콘텐트를 9200억 원에 인수해 해외 제작역량 및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CJENM은 2021년 초부터 자회사 본팩토리를 통해 엔데버콘텐트와 전략적 협업관계를 다져왔다.
CJENM은 엔데버콘텐트를 글로벌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 삼아 전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CJENM의 콘텐츠 리메이크 등 K콘텐츠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ENM의 드라마사업본부가 2016년 5월 물적분할되는 방식으로 설립됐다. CJENM의 자회사 가운데 유일한 국내 상장사이며 CJENM이 운영하는 tvN이나 OC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주로 제작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사인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케이피제이, 지티스트 등과 투자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인베스트먼트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물밑협상 이어나가
이미경은 CJENM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 중순 CJENM이 SM엔터테인먼트와 지분거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전해졌다. 거래 대상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겸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8.72%인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이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 하이브 등이 참여하고 있었으나 CJENM이 뛰어들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CJENM이 SM엔터테인먼트를 품게 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CJENM은 tvN, Mnet 등 16개의 방송 채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대형 매니지먼트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CJENM은 콘텐츠 출연 인력을 수급하고 SM엔테테인먼트는 CJENM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에게 콘텐츠 출연 기회를 줄 수 있다.
음악 부문에선 SM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쌓아온 K팝 제작역량을 기반으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미경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 겸 총괄 프로듀서와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협상 소식이 알려진 뒤 8개월의 시간이 흐른 2022년 6월 현재까지도 구체적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총괄프로듀서가 경영권을 요구해 성사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2022년 2월에는 CJENM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넷마블 지분 1872만 주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CJENM 측은 넷마블 지분 매각설을 일축했다.
2022년 3월 CJENM과 SM엔터테인먼트의 협상이 길어지며 카카오엔터테인언트가 다시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라 인수전이 2파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CJENM은 2022년 5월24일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및 사업 시너지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공시했다.
△미국 할리우드 진출
이미경은 미국 콘텐츠 업계 진출을 위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경은 윤제균 감독 연출로 할리우드 영화 ‘케이팝: 로스트인아메리카'(가제)를 제작하고 있다. 2022년 7월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이자 배우인 차은우가 이 영화 출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ENM은 2021년 8월10일 영화 '케이팝'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뉴욕에서 데뷔하기로 한 K팝 보이그룹이 실수로 뉴욕이 아닌 텍사스 시골 마을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그 내용이다. '인터스텔라'를 연출한 린다 옵스트가 프로듀서를 맡는다.
CJENM은 2021년 11월 미국 영화 제작배급사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다. 이로써 2006년 드림웍스 지분을 청산한 지 15년 만에 할리우드에 재입성했다.
CJENM은 엔데버콘텐트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역량과 지식재산(IP)을 자사의 동영상 플랫폼 티빙, 영화 제작배급 조직, 영화관 CJCGV 등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CJENM은 2021년 초 자회사 ‘본팩토리’를 통해 엔데버콘텐트 사업부문과 콘텐츠 공동제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본팩토리’는 CJENM은 드라마 제작 자회사로 CJENM의 미국 할리우드 진출 통로 역할을 맡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CJENM과 엔데버콘텐트의 파트너십이 구축되는 데 이미경의 역할이 컸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미경이 미국에 체류하면서 한국 콘텐츠의 미국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CJENM은 2021년 12월8일 미국의 종합미디어 기업 바이아컴CB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이아컴CBS는 CBS, 쇼타임, 파라마운트픽처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파트너십 체결로 양측은 CJENM의 지적재산(IP)를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은 물론 투자와 유통에서도 협업하기로 했다. 영화와 드라마 분야에서는 CJENM의 스튜디오드래곤이 바이아컴CBDS의 파라마운트+, 파라마운트픽처스와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CJENM의 바이아컴CBS 스트리밍 채널인 플루토TV에 브랜드관 ‘K-콘텐트 바이 CJENM’을 열고 CJENM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2022년 6월16일에는 CJ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이 신설됐다. 파라마운트+는 티빙 브랜드관을 통해 아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오른쪽 두번째)과 강호성 CJENM 대표이사(오른쪽 첫번째)가 2022년 6월9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메드 빈 모함마드 파예즈 문화부 차관(왼쪽 첫번째), 바데르 빈 압둘라 파르한 알 사우드 문화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문화교류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아시아 지역 로컬영화 제작기반 마련
이미경은 아시아 각 국가의 지역색을 반영한 ‘로컬영화’의 제작기반을 마련했다.
이미경은 CJENM의 중동 지역 콘텐츠 사업의 발판 마련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았다.
CJENM은 2022년 6월9일 서울 마포구 CJENM센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와 문화교류 및 협업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JENM과 사우디 문화부는 영화와 음악, 공연, 음식, 문화유산, 건축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교류를 증진하기로 했다. 향후 10년 동안 문화행사 공동개최, 문화 콘텐츠 공동투자, 교류 프로그램 개발, 인재양성 등에서 협력한다.
특히 CJENM은 사우디 영화위원회와 함께 한국과 사우디 두 나라를 겨냥한 콘텐츠를 공동 기획·제작하고 사우디에서 열리는 ‘홍해국제영화제’에 CJENM의 영화를 출품하는 등 영화 분야에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경은 2020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터키, 베트남의 현지 로컬영화 제작을 위해 투자회사와의 협력에 나섰다.
CJENM은 2020년 10월27일 미국 할리우드의 콘텐츠투자회사 라이브러리픽쳐스인터내셔널과 해외 로컬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투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라이브러리픽쳐스인터내셔널은 2019년 할리우드의 유명 탤런트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아티스트에이전시(CAA)’가 북미 외의 국가에서 제작하는 로컬영화에 투자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이 계약에 따라 CJENM이 인도네시아, 터키, 베트남에서 현지 로컬영화를 만들 때 라이브러리픽쳐스인터내셔널이 제작비를 최대 50%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CJENM은 영화사업본부를 통해 최근 10여 년 동안 동남아시아와 터키 등에서 영화투자제작사로서 입지를 넓혀왔다.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해 2017년 개봉한 ‘사탄의 숭배자’는 인도네시아 공포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의 흥행실적을 올렸다.
베트남 로컬영화의 역대 흥행순위 20위 안에도 CJENM에서 만든 작품 6편이 이름을 올렸다. CJENM은 터키에서도 ‘오늘부터 패밀리’와 ‘7번방의 기적’ 등의 흥행 작품을 투자배급했다.
△국내 최초 실내 전용 공연장 CJ라이브시티 첫 삽
이미경은 국내 최초 K팝 전문 공연장 조성에 나섰다.
CJ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부터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 부지 30만㎡(축구장 46개 크기)에 복합문화공간 ‘CJ라이브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시공은 한화건설이 단독으로 맡았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CJENM은 당초 2016년 경기도 일산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K컬처밸리’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는 2019년 4월 사업 이름과 내용을 바꾸는 사업변경안을 경기도에 제출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CJENM은 1조8천억 원을 들여 콘텐츠 놀이공간과 아레나, 호텔 등을 지어 2024년 개장하기로 했다. 애초 2021년 개장한다는 목표에서 3년이 늦어진 것이다.
CJ라이브시티의 핵심 시설은 2만 석 규모의 국내 최초 아레나다. 아레나는 관객을 1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실내외 공연장이다.
아레나는 단 하루 만에 대형 공연무대의 설치·해체가 가능한 인프라가 조성돼 실내외에서 연 190회 이상의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CJ그룹의 자체 호텔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실제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이 호텔 콘셉트 등을 짜는 데 참여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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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경영공백 메워
이미경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공백이 발생하자 그룹 경영전면에 나섰다.
검찰은 2013년 5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7월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뒤 CJ그룹은 이미경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채욱 CJ그룹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으로 구성된 그룹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됐다. 이들은 매달 2차례씩 모여 주요 안건을 논의하면서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웠다.
그러던 중 이미경이 외부에서 자기 사람을 대거 영입하고 조직개편을 실시해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 등 이미경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와 기존 CJ 임원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이재현 회장 측근 인사들이 연이어 이직하면서 CJ그룹 내부 조직이 동요했다.
이미경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밝지만 그룹 전체를 장악할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게다가 영화 ‘광해’와 ‘변호인’, TV프로그램 ‘여의도 텔레토비’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사퇴 압력을 받게 되어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2014년 10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러한 사정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한 법정진술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손경식 회장은 2018년 1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당시 이미경의 출국은 유전병이 악화돼 치료받기 위해서가 첫 번째 목적이었다”며 “또 다른 이유는 회사 내에서 여러 사람들과 약간의 문제가 있어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은 2019년 3월 개봉된 영화 ‘우상’에 제작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국내 영화계에 복귀했다. 이미경이 한국 영화에 제작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16년의 ‘아가씨’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3년 만이었다.
△CJ푸드빌을 앞세운 K푸드 열풍 조성에 실패
이미경은 2010년부터 CJ푸드빌을 앞세워 ‘음식한류’ 열풍을 일으키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음식한류를 전파한다는 명분은 세웠으나 CJ푸드빌의 해외진출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푸드빌은 2020년 8월 음식한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비비고 상표권을 CJ제일제당에 양도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CJ푸드빌이 ‘음식한류 선봉장’ 역할을 내려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경은 앞서 2010년 CJ그룹의 해외진출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미경은 CJ푸드빌에 음식한류를 세계에 전파하는 임무를 주고 오리온그룹 출신 브랜드 전문가를 영입해 비비고 브랜드 론칭에 관여했다.
이미경의 CJ그룹 해외진출의 청사진은 해외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나타난다.
이미경은 2014년 2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마켓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1번은 한국 음식을 먹고 때때로 한국 음악을 들으며 1년에 2번씩 한국 영화를 보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추진한 데는 외식시장 정체로 성장이 둔화된 CJ푸드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한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CJ푸드빌의 해외매장은 2014년 8월 기준으로 200개를 넘기도 했다. CJ푸드빌은 당시 국내 외식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해외매장을 보유하고 비비고, 빕스,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 10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CJ푸드빌은 해외사업에서 줄곧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외식시장 업황도 좋지 않아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그 결과 2018년에는 부채비율이 6500%를 넘고 순손실이 1280억 원에 이르러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결국 CJ헬로비전과 CJCGV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인 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이사가 칼자루를 쥐고 알짜사업으로 평가받던 투썸플레이스를 2019년 4월 홍콩 사모펀드에 분리매각하면서 숨을 돌렸다.
하지만 동시에 CJ푸드빌이 미래 성장동력도 같이 잃어버린 것으로 분석됐다. CJ푸드빌의 매출은 2017년 1조4천억 원을 넘어섰으나 2019년 8천억 원대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매출이 6088억 원까지 감소했다.
| ▲ 1995년 이미경 삼성아메리카 이사(왼쪽 두 번째)가 CJ의 드림웍스 투자에 관한 계약을 성사시킨 뒤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왼쪽 첫 번째), 데이비드 게펜(가운데), 스티븐 스필버그, 이재현 제일제당 상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CJ그룹의 문화산업 토대 마련하고 국내 영화산업 키워내
이미경은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일궈냈다.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미경은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이 강조한 '문화보국'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으로 옮겼다.
이미경은 삼성전자 미국법인 이사로 재직하던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 드림웍스에 대한 3억 달러의 투자를 주도했다. CJ그룹이 영화사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애초 드림웍스는 삼성그룹의 자본투자를 원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협상에 응했다. 그러나 경영권을 보장해달라는 삼성의 요구를 스필버그 감독이 거절해 협상이 깨졌다.
1995년 3월 이미경은 동생
이재현 회장과 함께 드림웍스와 협상을 벌여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제일제당 상무였지만 실질적으로 제일제당 경영권을 쥐고 있으면서 삼성에서 분리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재현 회장은 이미경의 도움으로 드림웍스에 3천억 원을 투자해 지분 취득과 함께 아시아 배급권을 따냈고, 제일제당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CJ그룹의 엔터테인터트 사업을 들여다보면 이미경이 영화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J그룹은 1998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에 영화관 CJCGV 1호점을 내며 멀티플렉스 영화관 시대를 열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국내 영화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1997년에는 CJ엔터테인먼트(현 CJENM 영화사업본부)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영화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CJENM은 현재까지 영화제작·투자·배급 등에 약 2조 원을 투자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CJ엔터테인먼트는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2009년 개봉) 이후 2010년까지 미국, 중국, 일본에서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는 등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에서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년 개봉)는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는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도 K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자산을 확보해왔다.
1997년에는 케이블TV 엠넷을 인수해 방송채널을 확보했다. 엠넷은 K팝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엠넷은 음악 전문채널로서 K팝 가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깔아주고 K팝 파생 예능, 오디션프로그램, 경연대회, 시상식 등 K팝 콘텐츠를 쏟아냈다.
이후 이미경은 푸드채널, 음악채널 등을 추가로 인수해 2002년 CJ미디어를 설립했다. 현재 CJENM은 20개가량의 채널을 보유한 한국의 명실상부한 종합방송사업자로 성장했다.
CJ그룹이 육성한 미디어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한류를 알리는 데도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CJENM이 2012년부터 주최한 케이팝콘서트 케이콘(KCON)은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류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미국과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비정기적으로 프랑스, 멕시코, 호주, 두바이, 태국 등에서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