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6-21 16: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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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준비하고 있는 ‘수수료율 0%’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카드사의 실적을 위협하게 될까?
잠재적 경쟁 서비스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 결제 서비스가 소비자 경쟁에서 카드사를 꺾을 요인이 부족하고 결제시장도 신용카드 중심이기 때문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지방선거기간 후보자로 5일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안의 한 매장에서 점주로부터 카드결제 단말기의 작동법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시장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몇몇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자체와 연관된 결제 서비스 공약을 실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페이'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박 시장도 13일 지방선거에 당선된 직후 기자들에게 “서울페이를 하반기에 시행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장들도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서울시와 협력하거나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2018년 안에 관련 서비스들이 속속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박 시장 외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경남페이’, 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페이’,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전남페이’, 이재준 경기도 고양시장이 ‘고양페이’를 공약했다.
지자체장들이 공약한 결제 서비스들은 연동된 은행 계좌잔액이나 미리 충전한 금액만큼 QR코드나 모바일 앱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결제하는 간편결제 형태로 구상되고 있다.
소비자가 카드사나 지불결제사업자(PG), 결제승인을 대행하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에 구매금액을 직접 이체하는 구조라 결제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2017년 기준 전체 영업수익의 40% 이상을 가맹점의 결제수수료로 거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카드사는 순이익 감소를 피하기 힘들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때 카드사 대신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카드사의 실적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카드사들은 극장이나 음식점 등 실생활과 밀접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 결제금액 일부의 캐시백(현금입금) 등을 폭넓게 제공해 소비자를 붙잡아두고 있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용자는 혜택에 따라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데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 서비스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할인혜택 등이 아직 미흡하다"며 "또 지자체 결제서비스의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재원이 대부분 세금인데 정책의 수혜는 주로 소상공인이 보고 있어 활성화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도 “서울페이나 경남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지만 소비자를 많이 모을 구체적 방법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를 유인할 수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이 이미 쓰던 카드 결제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서울시는 서울페이를 이용하면 대중교통요금을 깎아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할인혜택을 늘릴수록 지자체의 시장 침해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직불이나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점도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 서비스가 카드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하루 평균 기준으로 전체 결제금액의 54.8%를 신용카드가 차지했고 체크카드는 16.2%에 머물렀다.
지자체와 연계된 결제서비스는 은행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 방식일 가능성이 높은데 카드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