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벌인 통상임금 범위 관련 소송에서 현대차가 사실상 승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16일 현대차 노조 직급별 대표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던 상여금의 ‘고정성’을 놓고 법원이 ‘일할(日割)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판결해 사실상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 법원 “근무일수에 따른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
재판의 최대 쟁점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받는 상여금이 고정성 요건을 만족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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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 |
그동안 노조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별계산해서 지급한다'는 규정을 들어 고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15일 미만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서 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세칙조항이 있는 만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근무일수 조건을 채워야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세칙이 존재할 경우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두 회사의 상여금 시행세칙에 '2달간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라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전체 조합원 가운데 89%인 4만6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다만 현대차서비스 출신의 서비스 노조원들이 받는 일할상여금(근무일수에 따른 상여금)에 대해서는 고정성 요건을 만족한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냈던 직급별 대표 23명 가운데 현대차서비스출신 서비스 노조 5명과 같은 처지에 있는 노조원은 전체 조합원 가운데 11%인 5700여 명이다. 앞으로 이들이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재판결과로 한숨 돌려
법원이 이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지만 사실상 현대차가 승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가 패소할 경우 최대 수조 원대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뻔 했지만 법원의 판결로 110억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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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경영자총연합회는 "현대차가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당장 떠안아야 하는 부담액만 직원 1인당 평균 8천만 원씩 5조3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올해부터 매년 1조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재판부가 전체 조합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5700여 명의 노동자만 이득을 보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현대차는 약 110억 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로 현대차 노사가 3월 말까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꾸린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활동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게 큰 의의”라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