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6-12 1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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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만 참석하는 증권선물위원회 임시회의가 열리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가리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임시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절차 시비의 빌미 제공할 수 있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 회계법인, 개인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공정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증선위가 금감원의 의견만 듣는 시간을 추가로 마련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증선위 임시회의는 12일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됐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대표이사 해임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 원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분식회계 의혹이 확정으로 결론이 난다면 금감원 제재 적용은 물론 주식 매매거래 정지에 더 나아가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방어를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를 대심제로 심리하고 있는 점은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었다. 대심제는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재판처럼 질의 및 논박을 벌이는 제도다.
감리위원회 회의는 5월17일과 24일, 31일 세 차례 열렸는데 감리위 1차 회의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의 의견을 각각 들었고 2차 회의는 양쪽이 주장을 펼치는 대심제로 진행했다. 31일 회의는 감리위 위원들만 참석해 늦은 밤까지 격론을 벌였다.
6월7일 열린 증선위 1차 회의 역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정·안진회계법인이 모두 출석한 대심제로 진행됐고 20일 열릴 2차 회의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임시회의를 연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성을 강조한 금융위원회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나중에 금감원의 손을 들어주는 결론이 나온다면 이번 임시회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절차 시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모든 재판 과정과 조정 절차에서 원고와 피고를 함께 불러 양측에게 동등한 발언의 기회를 주는 만큼 대심제를 도입한 '공정성' 취지를 살리려 했다면 어설픈 절차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
만일 추가 의견을 듣는 자리가 필요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참관한다든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같은 자리를 준비하는 등 공정한 절차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선위의 모든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증선위가 금감원만 따로 부른 것을 두고 증선위의 결과가 금감원의 조사나 제재와 다소 다른 내용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이 감리위 회의에서 제재 근거를 제시했음에도 감리위원 사이에서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고 1차 증선위 회의가 끝난 뒤 금감원만 출석시킨 것은 추가로 입증할 자료가 없는 지를 확인하려는 자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이와 관련해 1차 회의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 안진 회계법인의 의견진술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금감원 의견을 듣는 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임시회의를 연 것이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증선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어떤 결론낼까
임시회의까지 열리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통지한 제재 수위보다 낮은 수준의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감리위와 증선위가 결론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견이 첨예한 사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심제가 적용된 사례들에서 최종 징계처분 수위가 사전통지 때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신한은행은 2013년 대심제로 금감원과 공방을 벌인 첫 금융회사인데 기존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대심제를 거친 뒤 그보다 수위가 낮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2014년 KB국민은행 최고경영자의 징계 처분을 두고도 대심제가 열렸고 사전통보 때 받은 ‘문책경고’의 중징계보다 한 단계 낮아진 ‘주의적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동양생명도 5월에 육류담보대출 사태로 대심제를 치렀다. 동양생명은 두 차례에 걸친 공방전에서 육류담보대출 사건의 피해자인 만큼 사전통지를 통해 예고된 ‘영업 일부정지’ 처분은 과도하다고 항변했고 결국 한 단계 아래인 ‘기관경고’를 받아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함과 대심제 진행 과정, 결론 발표 뒤에 있을 후폭풍 등을 미루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명백한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짓고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금감원 감리실에 질의도 없이 섣부르게 회계처리를 감행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책임 등을 물어 금감원의 체면도 살리고 시장의 후폭풍도 막는 완화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많은 시장관계자들이 내다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