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월19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세번째)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 위원장, 문 대통령,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놓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정부를 내걸었는데 노동 문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기구를 복원하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일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뼈대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와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은 그동안 최저임금법 산입범위를 넓히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는데 청와대 앞 무기한 농성을 선택하며 투쟁 수위를 더욱 높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개정안을 폐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노총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개정안 폐기와 문 대통령의 면담을 함께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 최저임금 문제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다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문제에서 명분을 얻으며 출구를 확보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최저임금 개정안 폐기를 주장하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정부를 내걸고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기구의 복원을 추진해 왔는데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뜻을 이루기 쉽지 않다.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설립 1년 만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진정한 사회적 대화기구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노동정책을 펼쳐가는 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사회적 대화기구 복원을 위해 김 위원장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1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 복원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석을 거부하자 김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직접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11년 만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에서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노동존중사회 구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한 첫 출발은 자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가 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농성에 들어가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1월과 상황이 달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다시 한 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청와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속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사전에 의견 조율 없이 김 위원장을 바로 만나는 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면담 뒤에도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현재로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민주노총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장관과 문 위원장은 각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으로 설득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국회는 이번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