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남한과 북한 경제협력에서 금융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오랜 기간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지원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4·27 판문점 선언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사업에도 시동이 걸리고 금융의 역할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오래 전부터 남북협력기금 운용, 개발도상국 개발 원조 등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과 거래에서 종합 창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남북협력기금의 운용을 맡으며 남한과 북한 사이의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남북협력기금이란 남북 교류와 협력사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통일부에 설치되고 수출입은행이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금이다.
2018년 들어와 남북협력기금에 새롭게 출연한 자금은 2017년보다 1400억 원(63.6%) 감액된 800억 원 가량이다. 정부가 계획을 세웠을 당시만 해도 올해 한반도에 극적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운용할 수 있는 남북협력기금의 규모는 1조6182억 원 가량이다. 1~3월까지 개성공단 피해를 지원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의 참가를 돕는 데 남북협력기금을 썼다.
수출입은행과 통일부는 올해 구호 지원(36.7%)과 민생협력 지원(24.1%) 등에 기금 절반 이상을 지출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가속화된다면 인프라 구축 등 주요 사업에 거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오래 전부터 통일금융의 주관은행 역할을 맡아왔다.
1991년 3월에는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체육협력사업자금 2억5700만 원을 지원했다. 당시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었다.
수출입은행은 북한과 물자를 교류하거나 남북한 합작사업을 할 때 관련 사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한편 국내 사업자가 북한으로 물품을 반출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대신 손실을 보상해주는 역할도 맡았다.
2000년에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체결한 '남북 간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에서 남북 청산결제은행으로 북한의 조선무역은행과 함께 남한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선정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와 '남북 경협에 관한 정보교류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남북 경협의 중심 역할을 공고히 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17일 ‘제8차 남북협력 자문위원회’를 열고 남북 경협에서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은 행장은 “수출입은행은 남북 경협에 오랜 경험을 지닌 선도기관으로서 새로운 경협 시대에 맞는 정책과 금융을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과 북한·동북아 개발 국제협력 등과 관련한 전망을 내놓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 동북아 전문가 인력을 충원하면서 정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북한·동북아연구센터는 특구 개발과 국제화 전략, 인프라 개발, 인도적 지원, 통일 재원, 금융 통합 등 남북 경협 활성화방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