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 성격이 낳은 돌출적 결말이라는 의견과 정교하게 계산된 '북한 길들이기' 전술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5일 블룸버그와 로스앤젤스타임스 등 다수의 해외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에 초점을 맞추고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미 정상회담은 계획 없이 만들어진 사건”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파악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가장 준비가 부족한 정상회담이 될 참이었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매체들은 북한 비핵화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25년 넘게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문제라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불과 3개월 만에 결실을 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으며 예견된 수순대로 엎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 행동방식이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이례적이라고 바라봤다.
오바마와 부시 전 대통령 비서들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정부 작동방식과 전혀 달리 혼자 둥둥 떠다닌다”며 “담당부처와 아무런 관련 없이 혼자 행동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행정부로서는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으니 악몽과 같은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결정은 고도로 계산된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취소를 정식 공개 서한을 통해 알렸다. 평소 트위터를 통해 거침없이 의견을 표현하던 데 비해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 핵협정 탈퇴 같은 중대한 사안을 발표할 때도 ‘거짓말’, ‘끔찍한’ 등 외교 용어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을 써가며 대본 없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제된 표현으로 보낸 이번 공식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된 계획 아래 나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리한 협상 본능을 발휘해 북미회담 취소라는 결정적 움직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부동산 사업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협박과 회유'로 정의했다.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요구를 하고 고통을 가한 뒤 협상을 시작하는 방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즐긴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북한을 압박해왔다.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한편 뉴욕타임스가 ‘전시내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경한 인사들을 북핵 관련 자리에 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을 요청을 일종의 항복으로 받아들였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3월12일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여러가지 선물을 내보인 것도 이 시점부터다. 북한의 항복 신호와 함께 이제 협박을 끝내고 회유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매우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며 추켜세웠고 체제보장과 경제적 선물을 틈틈이 약속했다.
5월 들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리비아 모델에 반발한 담화를 냈을 때부터 한미 정상회담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언급할 때도 "북한 비핵화 방안이 단계별로 이행될 수 있다"며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강경발언의 수위를 늦추지 않고 특유의 배짱과 위협을 이어가자 이제는 미국이 더이상 북한에게 당하고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