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
배려를 중시하는 흡연자들의 성향과 건강에 대한 관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전용스틱 '히츠'. |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담배시장에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0.8%에서 2017년 4분기 13.9%로 급증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16.3%까지 높아졌다. 앞으로도 이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코스는 2014년 말 일본에 처음 출시됐는데 출시 초반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아이코스와 KT&G의 ‘릴’, BAT코리아의 ‘글로’가 전체 담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의 전체 담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 수준에서 올해 12%대, 내년에는 18%까지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다른 나라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이코스는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에서도 출시됐지만 여전히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두 나라의 흡연자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립모리스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큰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인의 습성에 주목해 초반부터 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간접흡연을 해도 건강에 크게 나쁘지 않다는 점을 아이코스의 장점으로 내세워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한때 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렸지만 일본에서도 점차 흡연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점도 아이코스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IT기기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원인 역시 냄새가 적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흡연자를 배척하고 흡연자에게 눈치를 주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통해 이른바 ‘눈치로부터의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아이코스를 구매해 1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6)씨는 “냄새가 거의 안 나는데 흡연장소에서만 피울 수 있다는 점이 억울할 정도”라며 “담배냄새가 나지 않아 예전보다 눈치 볼 일이 적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몇 달 전부터 글로를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50)씨는 “가까운 지인이 건강을 생각해서 사다줘서 이용하고 있다”며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해성은 기존 일반담배보다 훨씬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회사들은 전자담배를 사용하면 일반담배보다 유해물질 흡입을 90% 절감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의 전 단계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한국과 일본은 유독 흡연율이 높으면서도 흡연 문제에 민감한 나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소비자들이 빨리 반응하는 시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필립모리스가 전 세계에서 일본에 가장 먼저 아이코스를 출시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 남성의 2015년 흡연율은 31%로 같은 해 흡연율을 파악한 1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일본이 30%로 2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