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4-29 15: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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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선 통신망뿐 아니라 무선망 구축을 위해 북한 통신사들과 협력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29일 업계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KT가 북한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주관 통신사업자로 선정돼 판문점에 방송망, 전용회선 등 통신 시스템 및 시설을 구축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모두 통신 지원을 맡았다.
KT는 이번 통신망 지원을 발판으로 북한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KT 대외협력실은 이미 내부에 대북사업 지원 역할을 맡는 조직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상무보를 단장으로 하는 ‘남북협력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KT는 우선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기대하고 있다.
KT는 2005년 개성공단에 유선 통신망을 구축하고 개성지사를 설립했다. 금강산 관광단지 등 북한 현지에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KT는 개성지사를 철수하고 북한과 협력도 중단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이 실질적으로 재개되려면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며 “KT는 개성공단 통신망 복구를 시작으로 남북 사이에 광통신망을 연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재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도 27일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KT가 북한 이동통신사와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고려링크’ ‘강성네크’ ‘별’ 등 이통3사가 통신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2008년 북한 체신청이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과 합작해 고려링크를 세웠고 그 뒤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강성네트워크와 별을 통신사로 선정했다.
KT가 2019년 3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반면 북한은 여전히 3G 수준의 통신망에 머물러 있다. 10년 주기로 이동통신의 세대가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0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 통신사가 LTE 등 3G보다 향상된 통신망을 구축할 때 KT가 기술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미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에 LTE 기술을 수출한 적이 있다.
북한은 최근 휴대폰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360만 명이다. 북한 전체인구의 15%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으로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김윤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국제협력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보통신기술 기반 중심의 사회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아프리카 신생 개발도상국처럼 이동전화 중심의 통신서비스 보급이 추진돼 유선전화가 이동전화로 대체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