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개입없이 개인들이 인터넷 중개회사를 통해 직접 서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개인대개인(P2P) 대출시장을 중장기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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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 |
P2P 대출은 2005년 처음으로 등장한 지 10년 만에 세계적으로 34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P2P 대출은 개인과 개인이 주고받는 거래를 연결하는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한 대출로 2005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돈이 필요한 개인이 인터넷 중개회사 사이트에 원하는 사항을 올리면 대출을 해주려는 사람들이 입찰해 조건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머니옥션, 팝펀딩, 오퍼튠 등 3개 기업이 2007년부터 P2P 대출을 중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금의 약 5%를 수수료로 받고 개인 사이의 투자와 대출을 중개한다.
국내 P2P 대출은 대부분 500만 원 미만의 소액으로 이루어진다. 금리는 연평균 26% 선에서 매겨진다. 은행 신용대출 평균인 6%보다 높으나 일반 대부회사 상한선인 34.9%보다 낮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P2P 대출의 평균 채무불이행률은 9% 수준으로 저축은행 일반대출의 17.6%보다 훨씬 낮다. 전체 수익률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보다 3배 이상 높아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P2P 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조건이 강화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업인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P2P 대출시장이 2025년까지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현재 P2P 대출기업은 28개 국가에서 영업하고 있다.
P2P 대출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미국 P2P 대출기업 온데크는 지난 17일 뉴욕증시에 상장해 주가 27.98달러를 기록했다. 공모가보다 40% 오른 수치다. 온데크는 이번 상장으로 2억 달러를 조달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P2P 대출기업 렌딩클럽은 온데크에 앞서 지난 11일 뉴욕증시에 기업을 공개했다. 렌딩클럽은 상장으로 8억7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P2P 대출기업 소셜파이낸스와 슈에산다이는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부펀드와 대형 금융회사들도 P2P 대출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P2P 대출기업 지무허즈는 샤오미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에게 지난 9월 37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중국에서 기존 금융회사인 핑안보험그룹과 자오상은행 등이 P2P 대출을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IT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를 키우기 위해 P2P 대출시장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어 국내 P2P 대출시장 투자자가 이자소득을 불로소득으로 취급받아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이 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보호받을 제도도 아직 없다. 인터넷 중개회사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려 대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P2P 대출 규모는 이 때문에 2012년 약 47억 원에서 지난해 3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6월 P2P 대출을 포함한 크라우드펀딩(온라인으로 자금을 모으는 투자방식)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도 관련 법안을 준비중이나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한정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부가 인터넷 중개회사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경우 국내 P2P 대출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김동우 KB금융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적용하면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도 금융위나 중소기업청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며 “신뢰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통해 P2P 대출시장이 새로운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