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까지 경영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까?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경영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강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하는 것은 28년 만으로 경영계와 노동계는 오래된 법을 전면 개정하는 취지에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고 사업주(원청)의 안전책임을 강화하며 유해작업의 도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다.
노동계는 보호대상이 일하는 사람으로 넓어진 점 등을 평가하면서도 산업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바뀌거나 새롭게 도입되는 조항들이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경영계는 하청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원청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책임은 자율적 시장경쟁을 해치고 다른 법과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불만은 3월27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첫 공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개정안의 주요 사안인 원청 책임 확대와 유해작업의 도급 금지, 사업주의 처벌 강화 등을 놓고 노동계는 제재의 실효성을, 경영계는 제재의 강도를 문제 삼으며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월 사업주의 벌칙 등을 완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보완해 줄 것을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요청했고 18일 전부 개정안의 쟁점과 세부내용을 살펴보는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 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이제서야 노동계와 경영계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전부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3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실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입법예고 당일에서야 볼 수 있었다”며 “소수 전문가들의 논의 중심으로 진행된 법안은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적 보호에 근본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다고 해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부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상반기 발의할 예정”이라며 “학계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방식 등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수가 2003년 1.24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6년 0.53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높아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의 약 2배, 일본의 약 3배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