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3사가 자체브랜드(PB) 개발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상품 구색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는 최근 임일순 대표이사 사장 주도로 최근 새로운 자체브랜드 심플러스(Simplus)를 내놨다.
▲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업전략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임일순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는 글로벌 소싱의 축적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자체브랜드 상품의 질적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심플러스를 통해 이마트의 노브랜드와 피코크,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한다. 상품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집중해 필요한 기능만 담아 심플하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도 심플러스로 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자체브랜드 상품들 가운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함량을 낮추거나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원산지와 관계없는 생산공장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등 상품의 본질을 흐리는 것들이 많다”며 “심플러스는 과거 영국 테스코와 협업으로 이어왔던 홈플러스만의 글로벌 소싱 노하우를 자체브랜드 상품에 접목해 상품 경쟁력에 승부수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자체브랜드의 원조답게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다.
이마트가 2015년 선보인 자체브랜드 노브랜드는 출시 첫해 매출 270억 원을 냈지만 이듬해 매출 19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2900억 원을 냈다. 피코크 역시 지난해 매출 2400억 원을 올렸다.
초반 생필품과 식품에 한정됐던 상품군도 크게 확대됐다. 현재 생활용품, 침구, 가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1천여 종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노브랜드, 피코크를 키운 이마트는 이젠 아예 자체브랜드 상품만 따로 파는 매장도 늘리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을 출점한 데 이어 올해 안에 피코크 전문점도 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피코크 전문점을 놓고 “매장 디자인과 매장에서 팔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마 9~10월경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미 전국에 매장 수가 110여 곳에 이른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2월 ‘온리프라이스(Only Price)’를 선보였다. 일년 내내 1천 원 단위 균일가로 상품을 판매해 무엇보다 ‘가격’에 중점을 뒀다. 현재 종이컵, 화장지 등 소모성 생필품을 중심으로 180여 개 상품을 운영 중이다.
온리프라이스는 파트너 회사와 9개월 동안 예상 판매량을 산정하고 사전계약을 통해 모든 물량을 롯데마트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초 출시 품목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90여 개 품목이 예상을 넘는 수량이 판매돼 재계약이 이뤄졌다.
롯데마트는 2003년 자체브랜드 '와이즐렉'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그 뒤 2011년 ‘초이스L’로 바꿨다. 그러나 초이스L 역시 노브랜드와 비교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콘셉트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온리프라이스를 선보였다.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소기업과 직접 제품을 기획 및 개발해 생산과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미끼상품 역할도 하며 회사 브랜드 인지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브랜드 상품은 다른 경쟁사가 아닌 우리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