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줄곧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자본금 확보 부담까지 안게 된 상황에서 오랜 경영노하우를 보유한 푸본생명에게 현대라이프생명을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이 추진하는 3천억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현대모비스가 포기하는 실권주를 현대커머셜이 안을지 대만 푸본생명이 맡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항간에는 현대커머셜이 현대모비스의 유상증자 몫을 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30.28%)와 현대커머셜(20.38%)을 통해 현대라이프생명 지분의 50.66%를 보유하고 있다. 푸본생명은 지분 48.62%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빠진 채 현재 지분비율에 근거해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푸본생명이 50% 넘는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현대라이프생명이 사실상 퇴직연금사업만 하고 있어 차라리 연금보험사업 노하우가 많은 푸본생명쪽에서 주도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7년 12월 말 신계약 누적금액이 2017년 9월 말보다 2조7562억3200만 원 늘어났는데 그 가운데 1조9167억1200만 원이 퇴직연금계약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푸본생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푸본생명의 자산운용 기법과 상품·판매채널 개발전략을 현대라이프생명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푸본생명에서 현대모비스가 포기한 유상증자 몫을 전부 투자해 현대라이프생명을 발판으로 한국 생명보험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푸본생명은 1961년 대만에서 처음 설립된 사보험회사로 2010년 베트남과 2015년 홍콩에 법인을 각각 세우고 유럽 진출도 모색하는 등 해외영업에 열의를 보인다.
현대라이프생명이 2017년 9월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하기 시작했을 때 현대모비스는 참여를 꺼리며 푸본생명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어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새 주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푸본생명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의 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퇴직연금계약 95%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물량도 바로 없앨 수는 없고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과반수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현대커머셜을 통해 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51% 정도의 지분은 확보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어 현대라이프생명을 신경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정 부회장이 생명보험 사업에 큰 뜻이 있다면 현대커머셜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라이프생명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지키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푸본생명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함께 협력모델을 충실히 만들어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