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3-20 17: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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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노조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받지 않으려면 직원을 더 내보내야 한다는 요구를 채권단으로부터 받았는데 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STX조선해양이 20일부터 생산직 직원을 695명 가운데 520명을 내보내기 위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사무기술직 인력을 워낙 많이 줄여서 사무기술직 직원을 더 내보내면 회사 운영이 어려울 지경”이라며 “생산직 직원을 제일 마지막으로 내보내는 것이며 마지막 수단으로 권고사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법정관리를 받지 않으려면 4월9일까지 인력을 40% 이상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긴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받은 데 따라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노사가 아직 확약서를 만들지 못했는데도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것은 장 대표가 회사생존을 위해 감원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19일 담화문을 내고 “정부가 조건부로 (살려주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당장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회사를 연명하는 데 따른 의무사항이 너무나 가혹해 가슴 아프다”며 “4월9일까지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회사가 회생하기보다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가 법정관리를 받으면 선박을 수주할 수 없어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게 된다. 선주들이 법정관리를 받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조선사에 일감을 맡기지 않을 뿐더러 은행들도 선박을 수주하는 데 꼭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노조)는 회사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며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회사와 협상테이블에도 마주앉지 않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정부가 오직 금융논리로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사측이 정부의 자구안 요청을 거부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며 22일과 23일 오후에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주 안에 더욱 진전된 자구계획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26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STX조선해양에서 강력한 감원 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감원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KDB산업은행 등 정부 차원에서 인력을 구조조정하라는 방향성이 잡힌 것”이라며 “노조가 회사에 반발해도 회사가 정부방침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폭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미 STX조선해양에 감원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받게 만들겠다고 못박은 만큼 정부의 방침을 바꾸지 않는 이상 회사에 반발해도 노조가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을 건조하는 데 생산직 숙련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생산직 직원이 너무 많이 나가게 된다”며 “선박건조 품질 등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