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에 재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된 서리를 맞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재계에 사정의 칼날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20여 가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재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미칠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만 입증돼도 관련 기업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당장 검찰은 삼성전자가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로 알려진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납한 소송비용은 5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가운데 가장 큰 액수이기도 하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월 검찰 조사에서 삼성전자가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소송에서 변호사비용을 대신 지불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승인을 받았다는 진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수사 결과에 따라 뇌물공여자인 이 전 부회장은 물론 이 회장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회장은 현재 병석에 있어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받고 대법원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총수일가에 정경유착의 굴레가 씌워지는 일은 큰 부담이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현재 삼성전자의 준법경영담당 임원을 맡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2004년부터 삼성화재에서 일하다 이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8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이 변호사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14억5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2월26일과 3월11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변호사 수사가 진행되면 이 변호사와 함께 삼성전자의 이름이 계속 언급될 수 있다.
다스를 협력업체로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이 전 대통령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역시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삼성전자보다 많은 760만 달러를 다스 소송을 대리한 로펌에 송금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 역시 현대자동차의 혐의점을 포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까지 소환된 만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를 다스에 넘기려 했다는 주장도 나와 현대자동차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12일 현대다이모스가 현대엠시트를 다스 쪽에 넘기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알짜 자회사를 일개 납품업체에 넘기려고 한 것은 이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뇌물을 제공하려 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그룹도 이 전 대통령 수사를 편안하게 지켜보기 어려운 처지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건이 이 전 대통령 수사를 계기로 재조명받을 수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26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 생산한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방안’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중견기업들이 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1위에 올라있는 대보건설을 거느린 대보그룹은 이 전 대통령에게 5억 원의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제과를 운영했던 ABC상사는 2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