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공휴일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 입법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여야 양쪽에서 공휴일을 민간기업에 확대해 적용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되면서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은 5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월31일 이러한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공무원들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무원들은 국경일과 설·추석 명절 등을 공휴일로 쉰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공휴일을 휴무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휴일 규정을 준용하는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공휴일을 쉬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번 설 연휴만 봐도 근로자들이 명절을 온전히 쉬지 않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과 아르바이트생 17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1.3%가 설 연휴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휴일을 법제화하려는 법안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여럿 발의해 놓았다. 정치권은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당은 법안 발의에 가장 적극적이다.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찬열·한정애),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김해영·양승조),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홍익표·신용현),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민병두),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심재권), 국가기념일 등에 관한 법률안(백재현) 등이 나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경대수·장제원·윤영석), 근로기준법 개정안(김성태), 국가기념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명수) 등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김삼화)과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주승용), 정의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정미)을 통해 공휴일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집집마다 걸려있는 달력의 빨간날을 정당하게 쉴 수 있는 권리가 우리 사회에 공유되길 바란다”며 “그 누구도 차별없이 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동계 출신 의원으로 2016년 7월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 오른 뒤 국회연설에서 공휴일 법제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국회의 움직임만 보면 공휴일의 법제화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문제는 공휴일을 민간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공휴일에 근로해도 평일근로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했지만 공휴일이 법제화되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대기업은 대체로 지금도 공휴일을 쉬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 중소기업에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전 정부 때도 공휴일 법제화 요구는 끊이지 않았으나 영세·자영업자 부담 증대를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대선 때 공휴일 법제화 공약을 내세웠으나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공휴일 규정상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진다는 측면에서 공휴일 법제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과정에서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수당의 중복할증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하지 않아 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휴일근로가 연장근로로 인정되면 중복할증이 적용돼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
조만간 대법원에서 중복할증 문제의 결론이 나온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인정받으면 공휴일 법제화에 기업계는 더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