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들이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한 근거자료인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자료를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계좌정보가 남아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졌다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뒤 타인 명의로 실명전환되거나 실명확인된 차명계좌를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확인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1229개 가운데 27개가 과징금 부과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12일 당시의 계좌잔액을 확인해야 하지만 관련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 비실명자산이 있으면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계좌잔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1993년 당시 전산시스템이 아닌 문서로 금융거래 자료를 보관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대부분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들은 10년까지 의무적으로 계좌정보를 보관해야하지만 이후에는 폐기해도 된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을 전수조사했지만 당시에도 계좌정보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미 과징금을 부과할 근거자료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해 의문을 사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정보가 남아있지 않다는 금융회사들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1229개 가운데 1133개가 증권계좌로 나타났고 삼성증권 918개, 신한금융투자 85개, 한국투자증권 65개 등이다. 은행계좌(96개)는 우리은행 53개, KEB하나은행 32개 등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금융회사들이 문서보존연한이 경과해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면서 과징금 부과에 실질적 태업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이번
문재인 정부의 역량”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