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정부 방침에 맞춰 KT&G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3월 말에 열리는 KT&G 주주총회에 다음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백복인 현 사장의 선임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장 공모 서류를 이틀만 받았고 후보 자격도 전현직 임원으로 제한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할 때 분식회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데 백 사장이 당시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해외사업을 맡았던 점도 논란에 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주주제안을 통해 오철호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교수와 황덕희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를 KT&G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KT&G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추위가 백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의 선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중장기적으로 KT&G의 정관 개정을 추진해 대표이사 추천권한을 얻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결정되면 국민연금 등 다른 KT&G 주주들과 연대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KT&G 주식 6.9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KT&G 최대주주는 국민연금(9.09%)이고 나머지 주식 가운데 53.22%를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KT&G 지분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행 상법상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만 이사, 집행임원, 감사의 선임과 해임 등 상법에서 규정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은행이 KT&G 경영에 참여하려는 데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51.8%)를 대주주로 둔 국책은행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회사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쓰이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정부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면서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경영진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투자책임을 강화하고 기업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KT&G에 문제가 생기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 주주들도 피해를 간접적으로 입게 된다”며 “이를 감안해 KT&G의 주요 경영안건에 의견을 적극 내놓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KT&G 경영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가능성도 열려있게 됐다.
시중은행들을 살펴보면 현재 KB국민은행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확정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은행에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지금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만 시행을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