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과 테슬라의 ‘테크 동맹’이 반도체와 전기차를 넘어 로봇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테슬라>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그룹과 테슬라의 ‘테크 동맹’이 반도체와 전기차를 넘어 로봇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삼성이 올레드(OLED) 패널과 카메라 모듈까지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빅테크인 만큼, 삼성은 테슬라와 손잡고 차세대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 등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테슬라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폰아레나 측은 “삼성 OLED 패널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최신 옵티머스 모델에는 얼굴 부분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이 이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3세대’를 올해 말 공개하고, 2026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5년 내 연간 100만 대를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옵티머스 3세대는 얼굴 부분의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이나 기본 정보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머스에는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도 탑재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T사(테슬라)용 FC-BGA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왔으며, 삼성전자의 AI6 칩 공급 관련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은 액추에이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용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삼성과 테슬라의 협업이 AI 칩 위탁생산을 넘어 디스플레이, 전장, 배터리 등으로 확대되며 차세대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과 테슬라는 최근 파트너십을 넘어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로부터 22조7천억 원 규모의 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옵티머스 등에 탑재될 AI6 칩을 수주한 것인데, 2027~2028년부터 2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AI6 칩을 자율주행차와 옵티머스에 각각 2개씩 탑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AI6 칩 공급사로 대만 TSMC 대신 삼성을 선택한 것을 두고 ‘원스톱 솔루션’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가 테슬라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부품과 솔루션을 삼성이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차량과 휴머노이드 두뇌 역할을 하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삼성전기는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 모듈을, 삼성디스플레이는 얼굴과 입을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SDI도 테슬라에 원통형, 각형 배터리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잠재적 배터리 협력사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과 테슬라의 협력은 단순 거래 관계가 아닌, 미래 기술 패권 장악을 위한 전략적 동맹으로 분석된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협력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구글의 AI 비서 ‘제미나이’를 활용해 AI 스마트폰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는 다소 뒤처져있지만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로봇 시장에서 필수적 부품 기업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테슬라의 협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AI 칩 위탁생산을 넘어 디스플레이, 전장, 배터리, MLCC 등 전방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이 보유한 저력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