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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관련한 반독점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애플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커들을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4일 열린 아이팟 관련 반독점 행위 소송에서 에디 큐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 담당 수석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블룸버그가 5일 보도했다.
큐 부사장은 법정에서 “아이팟에서 아이튠즈 음원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해커들로부터 아이팟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2001년 첫번째 아이팟을 출시했다. 출시 초기에 애플의 콘텐츠 장터인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원뿐 아니라 다른 음원 서비스업체의 음원도 재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곧 ‘페어플레이(Fair Play)’라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을 추가해 아이팟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제한했다. 페어플레이는 아이튠즈에서 정식으로 내려받거나 합법적으로 구매한 CD에서 추출한 음원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이팟 사용자들은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2005년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제기된 지 10년이 흘렀고 지난 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큐 부사장은 “원고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다른 음원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잡스에게 그럴 만한 힘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잡스의 유일한 고민은 해커들의 공격으로부터 아이팟을 지키는 것이었다”며 “잡스는 애플 제품이 해킹될 때마다 팀원들에게 굉장히 화를 냈다”고 말했다.
큐 부사장은 아이팟에서 다른 업체들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해킹 피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접근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큐 부사장과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담당 부사장 등을 증인으로 세우고 2011년 작고한 잡스의 과거 발언도 증거로 신청했다.
잡스는 2003년 애플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경쟁사인 뮤직매치(Musicmatch)에서 받은 음원을 아이팟에서 재생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아이팟을 구매한 일반 소비자 800만 명과 소매업체 500곳이 참가한 집단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고는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3억5천만 달러(약 3900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