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6 대란’을 유발한 이동통신 3사에 각각 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또 재발을 막기 위해 단말기 불법보조금을 감시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징금 규모가 작아 불법보조금 지급을 막는 데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방통위, 이통사에 과징금 8억 원씩 부과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아이폰6 불법보조금 지급 사태를 유발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게 각각 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또 관련 유통점에 100만~150만 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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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
방통위는 조사기간 매출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과열기간이 3일로 짧아 매출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8억 원의 과징금만 정액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단통법에 따르면 매출 산정이 어려울 경우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시행령이 규정한 과징금 부과기준은 최대 8억 원이다. 방통위 입장에서 최대 과징금을 매긴 셈이다.
방통위는 이통사별로 과징금에 차이를 두지 않았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불법 장려금 경쟁을 시작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다른 사업자들이 단순히 따라간 것이 아니라 경쟁적으로 장려금을 올리며 시장과열를 키웠다”며 “과징금을 차등부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22개 유통점 가운데 19곳에도 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일선 유통 판매점에 대한 과태료는 처음 위반했을 때 100만 원이지만 50%를 가중한 것이다.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관련 매출액 산정이 쉽지 않아 통신사는 기준 금액 최고치인 8억 원을 과징금으로 정했다”며 “유통점 22곳 가운데 19곳은 가담 정도가 커 가중처벌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불법 보조금 지급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만 전담해 감시하는 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경찰청 등 다른 부처와 협력해 9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 불법 보조금 막을 수 있나?
그러나 방통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이 불법보조금 지급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가 규정상 최대인 8억 원의 과징금을 책정했으나 이통사들의 연간 마케팅 비용이 수 조 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통신사에게 8억 원의 과징금은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며 “이들이 과징금을 물고 다시 불법보조금 지급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180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고도 단통법 시행 전까지 불법보조금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
업계는 단통법 시행으로 과징금 산정기준이 되는 시장과열기간이 더 짧아질 것이라고 본다.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이 과열됐을 경우 긴급중지명령을 통해 번호이동을 중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홈페이지에 휴대폰 보조금이 공시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럴 경우 과징금 규모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방통위가 처음으로 이통사 임원을 형사고발했지만 이것도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방통위가 전담조직을 만들면 많이 적발할 수 있지만 과징금 규모 자체가 작아 큰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며 “과징금 산정기준을 고쳐 제재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