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4년 만에 다시 구속되면서 앞으로 부영그룹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 회장이 모든 계열사에 걸쳐 워낙 강력한 의사결정력을 발휘해온 데다 전문경영인체제도 자리잡고 있지 않고 후계구도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 회장이 7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는데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 등으로 2004년 4월8일 수감된 이후 13년9개월 만이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부영그룹이 주력사업인 임대주택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계열사 22개, 자산 21조713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영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부영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영 지분을 93.79% 확보하고 있으며 부영을 통해 부영주택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부영주택은 부영환경산업과 부영유통, 비와이월드, 오투리조트 등의 지분을 100% 들고 있으며 다시 이들이 동광주택과 부영씨씨 등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런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사실상 부영그룹을 1인 경영체제로 이끌어왔다. 20개가 넘는 계열사 가운데 단 한 곳도 상장하지 않아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은 점도 이 회장의 1인 경영체제를 공고히 한 요인으로 꼽힌다.
부영이 2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과 부영주택 이외에 15개 법인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절반이 넘는 회사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회사마다 2~3명가량 더 대표이사를 임명해 사업을 이끌고 있으나 사실상 이 회장의 결단없이 임대주택사업을 위한 토지매입 등 투자결정을 내리기 힘든 구조라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부영그룹이 최근 3년 동안 서울 삼성생명 사옥과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등을 매입하면서 3조 원가량을 쓴 것도 이 회장의 결정이었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만한 전문경영인체제가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영그룹은 각 계열사마다 2~4명의 공동대표체제를 꾸려놓고 있지만 사실상 전문경영인보다 이 회장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이 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구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임대주택사업을 비롯해 부영그룹이 최근 추진해온 레저사업과 리조트사업 등 사업 다각화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한 부영주택 부사장과 차남 이성운 부영주택 전무 등이 아직 계열사 전면에서 경영을 책임지고 있지도 않다.
이들은 그룹 주요계열사 임원으로 일하면서도 아직 후계구도가 정해지지 않아 그룹 안에서 명확한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고 재계는 파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