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대우건설을 품는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 대우건설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김 회장의 경영능력에 달려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사업전략으로 호반건설을 키워온 김 회장의 경영능력이 대우건설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광주광역시에 거점을 두고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에 오른 중견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 인수를 확정하면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김 회장이 호반건설을 설립할 때부터 보수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는 데 주력해온 덕분에 조 단위가 넘는 기업을 인수할 기회를 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소건설사에서 일하다가 1989년 28세의 나이에 호반을 설립했다. 1996년 호반건설의 모체인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해 부동산사업뿐 아니라 할부금융사업 등을 벌였다.
김 회장은 IMF 위기때 호반건설의 사세를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IMF 당시 전국 부동산가격이 폭락했는데 김 회장은 다른 건설사들이 싸게 내놓은 땅을 사들인 뒤 주택분양사업을 벌이며 호반건설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도 비교적 싼 값에 토지를 대거 확보했고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아파트를 분양하는 전략을 취했다. 인근 지역에 다른 건설사들이 건설한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냈다.
김 회장은 아파트 분양사업을 진행할 때 여태까지 진행한 아파트 누적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을 경우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 이른바 ‘90%’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분양사업을 벌이는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보수적 경영원칙을 지키고 있는 셈인데 이 원칙 덕분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웬만하면 돈을 빌려 쓰지 않는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킨 점도 호반건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호반건설 부채비율은 2016년 말 연결기준으로 18.7%인데 이는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인 250%과 비교해 10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김회장은 다른 대형건설사와 달리 주택사업에 사실상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호반건설은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내며 휘청거릴 때 국내 주택사업에서만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집중했다.
호반건설와 그룹의 다른 건설계열사들이 지난해 낸 영업이익은 1조3천억 원가량으로 잠정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대우건설이 지난해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영업이익 7천억 원의 2배에 가깝다.
호반건설이 분양사업 호조로 올해 말 보유하게 될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모두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김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마치면 대우건설 경영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예비실사 과정에서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영업노하우를 인정해 당분간 독립경영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