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5일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을 놓고 존속과 청산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월 안에 성동조선해양의 산업컨설팅 결과를 받아 관계부처들과 협의한 뒤 이르면 2월 안에 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컨설팅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주관 아래 삼정KPMG회계법인에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조사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내부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지분 81%를 보유한 대주주다. 2010년 4월 성동조선해양과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2조 원 정도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은 2011~2015년 누적 영업손실 1조596억 원을 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전체 납입자본금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도 2016년 말 28척에서 지난해 말 5척으로 크게 줄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한영EY회계법인을 통해 성동조선해양의 재무실사를 했을 때도 청산가치가 7천억 원으로 집계돼 존속가치 2천억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을 청산하면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5천억 원가량 더 많은 재무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 행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생존 여부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 되는지 모두 살펴보고 시장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은 행장이 기업구조조정의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살펴보겠다고 밝히면서 성동조선해양의 존속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유지를 중시하고 있어 은 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청산을 선택하는 데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논설위원·경제부장 토론회’에서 성동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고용이나 지역경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상자와 소통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소를 둔 경상남도 통영의 일자리 상당수를 책임져 왔다. 구조조정에 따라 직원 수도 1만 명에서 1240여 명으로 줄었지만 지금도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최근 지역인사들과 함께 브리핑을 열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형조선소의 경영 정상화 추진을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2012~2016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지역경제에 연간 3600억 원 규모의 파급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존속을 결정하되 독자생존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점을 감안해 STX조선해양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이 비슷해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은 행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합병 가능성을 질문받자 “산업컨설팅 결과가 나온 뒤 (합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