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이 기아자동차 디자인에 통일감을 부여했던 작업을 현대자동차에서도 시도하고 있다고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가 29일 보도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폴크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으로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총괄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뒤 ‘호랑이 코(tiger nose)’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 디자인을 통일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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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 |
그는 2012년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차 디자인도 맡게 됐다. 그가 기아차의 호랑이 코 그릴처럼 현대차에 공통적인 요소를 부여하길 원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현대차 차량들에 통일감을 부여하는 작업에서 가장 큰 과제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대형차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이 차량들이 다른 차량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제네시스나 에쿠스는 현대차 브랜드 안에 또 다른 고급 브랜드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아차처럼) 단순히 똑같은 모양의 그릴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통일감을 부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 별로 (디자인을) 서열화해 그 차량이 어느 세그먼트에 속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제품들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 온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전통 독일차 브랜드들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슈라이어 사장은 봤다.
그는 “BMW와 벤츠는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개선시킨 결과 이들 브랜드의 스타일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해 왔다”고 말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는 더 짧은 시간 안에 이러한 성과를 거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신형 쏘나타가 특징없는 디자인 탓에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위험부담이 없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디자인”이라며 “YF쏘나타의 파격적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만 주요 고객층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쏘울이 기아차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슈라이어 사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직선의 단순화’를 기반으로 기아차 패밀리룩을 완성했는데 박스카 쏘울은 그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대담한 시도가 때로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모든 자동차는 판매량이 오른 뒤 수요가 줄어드는 게 보통이지만 쏘울은 판매량이 오른 뒤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유일한 차”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