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파수 경매가 과열될 경우 과도한 경매액이 5G 투자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어 정부도 신중하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절감정책과도 얽혀 있는 만큼 합리적 경매대가를 책정하는 일이 관건이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5G 상용화를 위해 올해 6월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다. 5G 통신용으로 3.5㎓ 대역 300㎒와 28㎓ 대역 1㎓가 분배된다.
2016년 12월 발표한 5G 이동통신 발전전략에서 2019년 상반기에 주파수 할당을 하기로 했던 것을 1년 앞당겼다. 정부는 주파수 분배 이후 네트워크 구축과 단말기 개발을 거쳐 2019년 3월 5G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경매가격이다. 지금까지 주파수 경매는 2011년, 2013년, 2016년 세 차례 이뤄졌는데 모두 조 단위 낙찰금액이 발생했다. 2016년에는 2조1100원에 100㎒의 주파수가 낙찰됐는데 1㎒당 211억 원인 셈이다.
이를 이번 주파수 경매에 단순 적용할 경우 20조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 될 수 있다. 이는 다소 비현실적 추계이지만 정부도 5G 주파수 낙찰가가 1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통신사가 이런 비용을 부담할 경우 투자 위축과 통신비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5G 주파수는 초고주파 대역으로 주파수 도달 거리가 짧다. 그만큼 기지국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하고 투자비용도 늘어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4G 투자에 8조5천억 원이 들었고 5G에는 10조 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으로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최초 5G 상용화 등 초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해 산업과 사회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통신사의 투자 부담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통신사의 주파수 경매가격 부담이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전에도 주파수 경매가 이뤄질 때마다 과도한 경매대금이 통신비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다만 경매 이전인 2010년 3G 통신요금이 6만5천 원이었는데 경매로 주파수를 확보한 4G에서 동일한 서비스가 5만1천 원에 제공되고 있어 주파수 경매가 통신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신비 인하정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통신비 경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정부 출범 첫 해 선택약정 할인폭 확대가 이뤄졌고 현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통신비 인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열린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5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여기서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경영 악화를 초래해 5G 투자 위축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처럼 이미 정부 주도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이통사들의 반발이 큰데 5G 주파수 비용이 늘어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정부도 통신비 부담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유영민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통신요금 경감이 5G 투자여력에 지장을 준다면 주파수 산정기준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통신사의 투자를 위축하고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늘릴 만큼 과다한 주파수 경매가격을 책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적으로 이전 주파수 경매의 총 경매대금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에서 최저 경매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기존 주파수 할당 기준은 5G용 주파수 대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전파법 시행령과 고시 등을 정비해 합리적 대가가 부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필수설비를 공유하는 대신 주파수 경매에서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될지도 주목받는다. 정부는 5G 초기 투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KT의 전주와 관로, 광케이블 등 필수설비를 다른 통신사가 공동활용하는 방안을 상반기 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12월22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필수설비를 통신3사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통3사가 필수설비를 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필수설비 공동활용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가의 유무선망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가 KT를 설득하기 위해 주파수 경매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떠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