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 상무가 DB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남호 상무는 2일 DB손해보험의 DB금융연구소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김남호 DB손해보험 DB금융연구소 부사장. |
김 부사장은 동부제철과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에서 부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DB금융연구소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한 것이다.
김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아직 4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오너2세’로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1남1녀를 뒀는데 장녀인 김주원씨는 결혼한 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 부사장은 DB Inc. 지분 18.21%, DB손해보험 지분 9.01%를 각각 보유해 두 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김 전 회장은 DB Inc. 지분 12.11%, DB손해보험 지분 5.94%를 각각 소유해 2대주주에 머물고 있다.
DB그룹 지분구조상 DB Inc.와 DB손해보험이 각각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들고 있는 셈이다.
DB그룹의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계열사 사이에 얽힌 굵직한 지분관계도 없어 금산분리 잣대가 엄격해지더라도 남은 승계작업에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DB손해보험은 최근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분리된 회사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등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동부제철이 보유한 DB금융투자 지분 5.19%를 추가로 사들여 DB금융투자 지분을 25.08%까지 늘렸다.
DB하이텍의 경우 DB생명이 지난해 7월~9월에 0.87%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김 부사장 등 오너일가의 DB하이텍 지분은 19.63%로 소폭 상승했다.
DB그룹이 기존 동부그룹에서 이름을 바꾸고 이근영 회장 체제를 본격화하면서 그룹의 새 정체성을 세우고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김 부사장의 경영보폭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부사장이 일하고 있는 DB금융연구소가 DB그룹 금융부문의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조직이라는 점도 김 부사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 회장이 한국투자신탁 사장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을 맡은 전문경영인이자 금융전문가인 만큼 김 부사장은 이 회장 옆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DB그룹은 이번 인사가 김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나 경영수업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현재 DB금융연구소에서 그룹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담당하고 있다”며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