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새로운 ‘전기차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이 인도 전기차 배터리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26일 “인도 완성차업체 마힌드라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인도 전기차 배터리시장 진출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 |
LG화학은 최근 쌍용차와 인도 완성차업체 마힌드라그룹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 ‘티볼리EV’에 단독으로 배터리 시제품을 공급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삼성SDI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인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 모두 인도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가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제2의 중국’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인도 진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정책으로 전기차시장 규모를 급격히 키우면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나라로 꼽힌다.
인도는 중국과 비슷한 13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보급률이 1천 명당 32대로 낮아 정부의 정책을 바탕으로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오현승 코트라 인도 뭄바이무역관 연구원은 “인도 델리 등 대도시는 자동차 배기가스로 오염이 심각해 인도 정부가 전기차의 보급과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인도 전기차시장 규모가 연평균 31%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인도 친환경차(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시장 규모가 2021년 연간 11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약 40만 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인도 진출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인도에 공장을 구축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인도는 2030년까지 휘발유차나 경유차 대신 전기차만 판매를 허용할 계획을 세워둔 데다 올해 3월부터 수입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2020년부터 일본 자동차업체 스즈키와 협력해 인도에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차도 조만간 인도에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전기차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뿐 아니라 IT기업들도 인도 전기차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최근 인도에서 전기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운송수단 및 수송장비, 부품 등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인도 법인등록국에 제출했다.
이 매체는 “샤오미가 인도에서 스마트폰, 가전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전기차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파악했다.
인도 자동차업체들이 아직까지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은 반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세계적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합작형태로 인도에 진출할 수도 있다.
오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국산 배터리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민간 업체인 마루티자동차도 일본기업인 도시바나 덴소 등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