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세 형평성을 맞춘다며 종교인 과세 시행령 수정안을 내놓았다. 비과세 항목인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종교인 소득 중 비과세소득인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 지급명세서 제출항목에 추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가로 입법예고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14일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과 종교인 과세 관련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정부는 11월30일 종교활동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교인에게 지급된 금액인 종교활동비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종교활동비 비과세가 일반납세자와 형평이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
그러자 정부는 종교활동비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해 일반 납세자와 신고 등 납세협력의무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다만 종교활동비가 생활비가 아닌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비과세를 유지한다.
또 앞서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종교인 회계와 종교단체 회계를 구분하도록 해 종교단체 회계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부분 역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으나 정부는 당초 안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50년 만에 과세의 첫 걸음을 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종교계와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종교단체 스스로 종교활동비의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 내역이 아닌 총액만 신고하도록 한 점을 놓고 여전히 공평과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4대 교단 진보단체로 구성된 종교인협의회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 과세 특혜를 없앨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종교인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일반 국민 근로소득에 따르는 수준으로 개정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원칙이 무너지고 누더기가 된 종교인과세 시행령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고 세무조사 제한을 유지해 사실상 탈세의 뒷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