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12-21 17: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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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와 LG화학이 한국과 중국 관계의 개선 움직임에도 중국 배터리사업에서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한중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의 중국 배터리사업이 정상화될지 시선이 쏠린다.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부사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여론이 한국을 놓고 우호적 분위기로 돌아선 가운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중국과 업무협약을 맺는데 앞장서는 등 관계가 개선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백 장관은 특히 최근 중산 중국 상무부장,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장 등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중산 상무부장은 배터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두 나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기업들의 어려운 점이 해결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중국에서 배터리사업을 하는 회사들에게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해석됐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그동안 중국정부가 국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실상 중국사업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돼도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곧바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 보조금 문제는 두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중국 특사로 파견되는 등 사드배치로 얼어붙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좋아질 조짐은 꾸준히 나타났다. 한국산 제품들이 중국에서 다시 인기를 얻으며 ‘사드해빙’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여전히 중국 정부와 보조금 문제를 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11번이나 발표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목록에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는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중국정부가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업체들을 견제한다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중국 배터리시장에 어렵게 다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배터리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업체들은 그동안 보조금 문제가 계속되자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를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해왔다.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하던 베이징현대는 올해 초부터 중국 주요 배터리업체인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했다. LG화학의 최대 고객사인 GM 역시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업체 완샹의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그동안 모두 20여 곳에 이르는 중국 주요 완성차 및 버스업체들에 배터리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완성차업체들은 통상적으로 한번 선정한 배터리를 계속 탑재하려고 하기 때문에 두 회사가 중국에서 보조금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사용하는 배터리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동차 설계도 변경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