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 기자 yblim@businesspost.co.kr2017-12-21 16: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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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잇딴 사고와 관련해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거래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거래소들이 금융사처럼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닌 만큼 근본적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각 부처는 해킹과 개인정보 침해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최근 일어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동시다발적 규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모습. <뉴시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각 부처는 해킹과 개인정보 침해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최근 일어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동시다발적 규제에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일 빗썸과 코인원 등 거래소 13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과 약관법 등 소비자 관련법의 위반 여부가 있는지 살펴보고 규정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0억 원 이상의 연매출을 내고 하루 평균 방문자 수도 100만 명이 넘는 거래소를 대상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제도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2018년에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 4곳이 적용대상이며 의무대상이 아닌 거래소도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은 기업이 주요 정보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평가하는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등 지속적으로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거래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의 임시중단 조치를 내린다.
이 밖에 검찰과 경찰은 가상화폐 매매와 중개 과정에서 불법행위 여부를 살피고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죄질이 무거울 경우 관련자를 구속해 수사하기로 했다.
여러 부처가 이렇게 점검과 규제를 시작한 것은 거래소에서 잇따르는 사고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인 유빗이 해킹으로 일부 자산에 손실을 입으면서 파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유빗은 4월에도 55억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해커에게 탈취당한 적이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4월 개인정보 3만6487건이 유출된 데 이어 11월에는 서버 접속이 일시적으로 멈추면서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내놓은 조치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기업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가상화폐가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나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를 막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각 부처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규제조치도 실시하기로 하면서 거래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개인정보의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방치되어 있던 업계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것”이라며 “특히 최근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이 내놓은 업계의 자율규제안과 맞물리면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높지 않아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내는 과징금은 관련 사업부문에서 3년 동안 올린 평균 매출액의 3%에 불과하다.
빗썸의 경우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5850만 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가상화폐 거래에서 올리는 하루 수수료수익이 30~50억 원 가량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적용 가능한 규제의 수준을 높이거나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융업으로 끌어들이고 은행 등 금융사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국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을 뿐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13일 관계부처 차관회의 이후 가상화폐의 거래동향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관련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불법행위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거래를 규율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