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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승유'가 되려는 하나금융 김정태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3-06 14: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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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김승유'가 되려는 하나금융 김정태  
▲ 김정태 하나금융이 '제2의 김승유'가 되려고 한다. 김승유 고문과 윤용로 은행장이 물러난다.

모두가 말을 아꼈다. 지난 3일 하나고등학교 입학식에 하나금융의 주역들이 모였다. 김승유 고문, 김정태 회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관심의 초점은 인사였다. 지난 2일 하나금융의 ‘칼질 인사’가 있었다. 이날은 인사 뒤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김승유 고문은 “어제 저녁 늦게 와서(귀국해서) 잘 모른다”면서도 “김정태 회장이 장기적 계획 하에 이번 인사를 한 것으로 본다. 현 경영진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달 말로 고문에서도 물러나고 하나고 이사장만 맡는다.

김 고문은 김정태 회장과 인사 관련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고문이 평소 아껴 외환은행장에 앉혔던 윤용로 행장의 낙마에 대해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제2의 김승유'가 되려는 하나금융 김정태  
▲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고문
김 고문은 하나금융의 '오너'나 마찬가지였다. 1997년부터 하나은행장을 지냈고, 2005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을 맡았다. 2012년 3월 김정태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래도 하나은행은 ‘김승유의 왕국’이었고 내부에서는 ‘왕 회장’으로 통했다. 여전히 주요 현안 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하나은행이 구입한 4천여 점의 미술품 구매 과정,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특별퇴직금 35억 원, 고문으로 있으면서 받은 5억 원 가량의 고문료 등으로 금융당국의 칼 끝 앞에 서있다. 이번에 고문까지 물러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너무 많이 몰려 힘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태 회장은 외환은행장 교체와 관련해 “윤용로 행장에게 물어볼 사안”이라며 입을 닫았다. 김 회장은 바로 전날 윤용로 외환은행장 경질인사를 했다. 공식적 경질사유는 윤 은행장이 최종후보에 올랐으나 은행장을 추천하는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맨이다.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뒤 2012년 3월 하나금융 회장이 됐다. 그의 영문 첫글자를 따서 ‘JT 교주’라고 불릴 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승부사 스타일이다.

김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장 자리도 없애고 스스로 직접 맡겠다고 했다. 또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대투증권 사장들도 모두 물갈이 했다. 물갈이한 계열사 사장들은 모두 김승유 고문과 가까운 사람들로 알려졌다. 조직도 슬림화해 임원을 12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도 8명 가운데 4명을 교체했다.

이 인사를 놓고 ‘친정체제 구축’ ‘김승유 그림자 지우기’ 등 여러 말들이 나왔다. 김승유 고문이 고문에서 물러나는 시점을 활용해 ‘김승유 사람’을 정리해 하나금융을 완전히 장악하는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다.

그 인사의 핵심에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있다. 김 회장은 정작 본인이 인사를 하고도 그 이유를 윤 행장에게 물어보라고 할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제2의 김승유'가 되려는 하나금융 김정태  
▲ 윤용로 외환은행장
윤 외환은행장은 면접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외환은행에 와서 2년 동안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만 남겼다.

윤 행장은 김승유 고문과 30년 인연을 맺은 사이다. 윤 행장이 경제관료로 일할 때 김 고문을 만났다. 윤 행장은 재경부 관료를 거쳐 금감위 부위원장과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김 고문이 회장으로 있던 2011년 3월 윤 행장을 하나지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하나지주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인 뒤 김 고문은 윤 행장을 외환은행장에 앉혔다.

윤 행장은 김정태 회장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혔다. 김 고문이 윤 행장을 하나금융으로 데려올 때부터 외환은행장 그리고 차기 하나금융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런 윤 행장이 하나금융에 몸담은 지 딱 3년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윤 행장을 아꼈던 김 고문이 고문에서 물러나는 시점에서 사실상 동반퇴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세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하나금융에는 김정태 회장만 남게 됐다. 김 회장은 ‘제2의 김승유’가 되고자 하는 작업을 사실상 끝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인사 전까지만 해도 차기 회장 후보로 윤용로 행장을 비롯해 임창섭 하나대투 사장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모두 물러났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만이 유일하게 유임됐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당시 부당대출 건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회장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김 회장이 올해 초 ‘화려한 비전’을 발표할 때부터 ‘제2의 김승유’가 되고자 하는 계획은 준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지난 1월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의 하나금융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5년까지 그룹의 세전이익을 5조5000억 원까지 올려 이익기준 국내 1등 은행, 세계 40위의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김승유'가 되려는 하나금융 김정태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당장 김 회장은 성과가 필요하다. 그 첫 걸음이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를 합병하는 것이다. 그래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동안 독립은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통합 속도를 좀더 내 시너지를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윤용로 외한은행장은 이런 요구에 부정적이었다. ‘조급하다’고 봤다. 오히려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접근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외환은행 조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발언도 많이 했다. 이런 윤 행장의 접근이 이번 ‘경질’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내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통합의 실마리를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회장은 먼저 카드 통합부터 올해 안에 끝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뜻밖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카드 분사계획을 발표하고 3월 말까지 인적분할 형태로 분사를 끝내려고 했다. 4월1일 법인명 '외환카드'로 정식영업을 시작하고 오는 10~11월 중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 통합을 완전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잡아놓았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통합승인 일정을 뒤로 늦추면서 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정례회의에 은행 카드사업 부문 분사를 위한 예비인가안을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 카드회사 고객정보유출 사건과 시기가 겹치는 점을 고려해 통합 시 이동하는 고객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연내 카드 통합 계획 자체가 현재로서는 틀어질 공산이 크다.

김 회장은 신임 외환은행장으로 ‘김한조 카드’를 선택했다.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은 외환카드에서만 잔뼈가 굵은 외환은행맨이다. 김 행장 후보는 ‘돌쇠’ ’상남자’ ’뚝심’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화통한 성격으로 외환은행 내에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외환은행 내부 인사를 은행장으로 발탁했기 때문에 카드 통합을 비롯한 은행 조기 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특히 외환은행은 노조의 힘이 강력한 만큼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에는 오히려 발넓은 김 후보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한조 카드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김 후보는 14년 만에 외환은행 출신의 은행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카드통합, 비정규직 전환, 독립경영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을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거리를 뒀다.

김한조 카드가 어느 쪽의 기대에 부응하는 카드로 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정태 회장이 ‘제2의 김승유’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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