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체제 전환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와 지주회사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현대산업개발이 인적분할을 한 뒤 최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아이콘트롤스와 지주회사를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산업개발은 5일 열린 이사회에서 분할회사의 주주가 기존 지분율대로 새 회사의 주식을 얻게 되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현대산업개발을 쪼개기로 결의했다.
분할존속법인은 투자사업을 하는 HDC(가칭)이며 신설법인은 건설사업 등을 하는 HDC현대산업개발(가칭)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적분할을 추진한 뒤 HDC를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정몽규 회장은 HDC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과정에서 분할신설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활용해 지주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13.36%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한 지분도 18.56%에 그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회장이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HDC에 현물로 출자하는 대신 HDC의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할 경우 정 회장은 HDC의 지분을 20%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HDC가 보유하게 되는 HDC산업개발 지분도 20%가 넘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정 회장이 HDC 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HDC와 계열사 아이콘트롤스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회사였다”며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지분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아이콘트롤스와 HDC를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 회장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아이콘트롤스 지분을 29.9%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물출자를 통해 HDC 지분을 20%까지 끌어올린 뒤 아이콘트롤스와 합병까지 추진할 경우 지주회사 지분율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