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내년에 감원 등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끝낼 열쇠는 해양플랜트사업에 달려 있다.
해양플랜트는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을 안겨 삼성중공업을 위기에 빠뜨린 사업이긴 했지만 삼성중공업이 미래를 걸어야 하는 부문일 수밖에 없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최종투자결정이 내려진 조선업 관련 프로젝트는 18건으로 이 가운데 해양유전 프로젝트가 13건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중후반에서 안정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양유전 프로젝트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2015~2016년에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양유전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돼 신규 프로젝트 진행은 멈췄고 진행중이던 프로젝트조차 중단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바뀌며 해양유전 프로젝트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시장이 2018년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해양시장 회복의 최대 수혜회사는 여전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라고 분석했다.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 해양유전 개발시장에서 한국 조선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23%, 중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32%, 16%였다.
중국이 수주한 해양유전 개발 관련한 사업이 대부분 해양지원선, 부대설비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과 하부구조물 등은 한국 조선사가 대부분 수주해왔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해양유전개발 재개 움직임에 좋은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유전개발에 꼭 필요한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10월 말 기준으로 해양시추설비와 해양생산설비부문의 수주잔고가 모두 150억 달러 정도인데 이는 전체 수주잔고의 70%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사업 관련 수주잔고 비중이 전체의 19%, 26% 정도에 그친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경쟁사보다 빨리 수주목표인 65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해양생산설비를 38억 달러어치 수주한 덕분이다.
해양플랜트사업은 계약규모가 커서 수주곳간을 빠르게 채우고 매출이 늘어나는 데 효과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부문 발주가 주춤하자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 수주에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에게 해양플랜트 수주는 절실하다. 매출을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직원을 또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2018년까지 매출감소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덜기 위해 10% 정도 인원감축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2015년 말 기준으로 1만4천 명 정도였던 인력을 2018년까지 9천 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 직원수는 3분기 말 기준 1만1천여 명 정도인데 자구계획안대로라면 앞으로 1년 안에 2천 명을 더 내보내야 한다. 감원 규모를 줄이려면 일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박대영 사장은 올해 7월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선업황이 좋아지면 (구조조정 인력을) 좀 줄일 수도 있다”며 감원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에게 해양플랜트는 애증이 엇갈리는 사업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양플랜트사업에서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을 봤는데 2018년 경영정상화를 이루기까지 해양플랜트사업이 열쇠가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