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2-01 17: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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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원유 감산합의 연장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오르거나 현재 상태에서 유지될 경우 정유사는 내년에 정제마진 강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도 있다.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하지만 산유국이 원유 감산합의를 끝까지 이행할지 불확실한 데다 미국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1일 정유4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원유 감산합의 연장이 정유4사 실적에 당장은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석유수출국기구 등이 원유 감산합의를 지키면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2018년에도 원유 감산합의가 연장된다면 글로벌 원유 재고가 더 줄어들 수도 있으며 국제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를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6월21일 배럴당 42달러까지 떨어진 뒤 11월30일 배럴당 58.95달러까지 꾸준히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이 원유 감산합의를 연장하면서 국제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50달러 중후반을 유지할 것으로 한 연구원은 내다본 것이다.
국제유가만 안정된다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가 2018년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석유제품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정제마진이 올해 배럴당 8.8달러 정도에서 내년에 배럴당 10달러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4사는 정제마진이 1달러 오를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 늘어나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변수로 남아 있어 정유4사의 실적호조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국제유가를 높이기 위해 원유 감산합의를 연장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2018년 말까지 원유 감산합의를 끌고 가는 데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는 내년 6월 열리는 총회에서 원유 감산합의 연장과 이행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것을 요구했다.
한 연구원은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 가입국인 이란과 이라크가 원유 감산합의를 제대로 이행할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치·경제·사회 개혁프로젝트인 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러시아는 국제유가가 이보다 낮아도 충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국제유가가 오르는 점을 틈타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정유4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도 있어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이어거나 안정될 수 있을지 완전히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석유수출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산유국 10여 곳이 30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제173차 정기총회를 열고 원유 감산합의 연장안에 합의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석유수출국기구 등 산유국들은 2018년 12월까지 원유 감산합의를 연장하기로 했다. 산유국들은 지난해 11월에 올해 상반기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고 올해 5월 2018년 3월까지 원유 감산합의를 연장하기로 했는데 이런 합의를 지속하기로 결정내린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 등 산유국이 원유 감산합의를 연장했는데도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30일 전일보다 0.17%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