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차기 은행연합회장이 농협에서 40년이 넘게 근무한 내공을 시험받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영 내정자는 코픽스금리 오류 사태의 수습을 비롯해 은행권에 쌓여있는 여러 과제를 플어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새 은행연합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애초 은행연합회장 유력 후보로는 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꼽혔다.
김 내정자가 이들을 제친 것은 나이 많은 고위관료 출신들이 금융협회장에 오르는 것을 놓고 금융권에서 부정적 기류가 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손해보험협회장에 선임되고 홍 전 부총리 등이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명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올드보이’가 돌아오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김 내정자가 농협에서만 40년 넘게 일하며 쌓은 민간 실무경험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경기본부 은행사업본부장과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농협이 ‘신경분리(신용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마칠 때 신용부문 대표이사로 일했으며 이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회장에 공식적으로 오르면 가장 먼저 코픽스 금리 오류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이 되는 이자율이다.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들로부터 자금조달과 관련한 금리를 확인한 뒤 가중평균을 내서 코픽스 금리를 산출한다.
그런데 KEB하나은행 직원이 2015년 정기예금 금리를 잘못 입력한 바람에 코픽스 금리가 인상됐고 그해 5~6월 약 37만 명의 고객이 과다한 이자를 낸 것이 최근 밝혀졌다.
은행연합회는 2012년에도 코픽스 금리를 잘못 계산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사례가 또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코픽스 금리의 산출과 점검체계를 보완하고 은행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에 맞서 은행권의 먹거리를 지키는 데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놔 금융투자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 등을 통해 은행의 업무영역을 파고드는 상황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다.
금융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주는 등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어 증권사와 은행의 먹거리 다툼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은행들의 공동인증 서비스, 소액해외송금업을 위한 금융권 공동플랫폼 구축 등 은행연합회가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도 잘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내정자는 29일 은행연합회 사원총회를 거치면 회장 선임이 확정된다. 임기는 3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