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지만 매각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무게감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은 탓인데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을 포함해 대우건설 인수적격대상자로 선정된 기업들이 최근 대우건설 실사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인수후보들에게 6~7주의 실사기간을 주기로 했다. 대우건설이 연매출로 11조 원 이상을 내는 대형건설사라는 점을 감안해 통상 4~5주 진행되는 실사기간을 더욱 늘려 잡았다.
인수후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 대우건설 매각을 무조건 성사하려는 산업은행의 의지도 반영됐다.
산업은행은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정상 내년 1월 중순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매각시도가 순항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존재감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인수적격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을 포함해 미국의 부동산개발투자회사 TRAC그룹 등 3~4개 기업이다.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로 보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후보기업들의 대우건설 인수의지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호반건설은 예비입찰에 참여하면서 산업은행에 인수희망가격으로 1조4천억 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업은행이 희망하고 있는 매각가격인 2조 원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TRAC그룹도 인수희망가격으로 1조5천억 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호반건설과 TRAC그룹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힘들 것”이라며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금액도 산업은행의 기대치와 너무 달라 매각이 불투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이 추진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와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등이 대우건설의 플랜트 시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명단에 두 기업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거대기업에 인수되면 플랜트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번져 있던 상황에서 두 기업의 인수전 참여여부가 확인되지 않자 매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투자금융업계로부터 나온다.
대우건설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22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과 변동없이 579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냈던 10월13일과 비교할 때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9% 낮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