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면서 향후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분야에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은 반도체사업부에서 개발중이던 차세대 반도체기술과 종합기술원이 주도하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IT기업들이 향후 2~3년 동안 인공지능분야에서 내는 성과가 20~30년의 격차를 만들 수 있다”며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스마트폰 등 기기가 정보를 받아들여 분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기술은 사물인터넷과 로봇, 자율주행차 등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신사업분야에서 가장 핵심적 기술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 기술구현에는 고성능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전용 시스템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다. 기존에 PC와 스마트폰, 그래픽카드 등을 구동하던 반도체와 설계구조가 크게 다르다.
애플과 구글, 퀄컴과 인텔 등 글로벌 주요 IT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시장선점기회를 노리며 각자 반도체 설계기술 강화에 막대한 연구개발투자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 관련 사업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최근 이뤄진 대규모 세대교체에도 반영됐다.
반도체 기술전문가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DS부문장과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게 된 김기남 사장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DS부문장 사퇴를 발표하며 후배 경영진들이 미래의 흐름을 읽어 급변하는 IT사업 환경에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 사장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과제로 남긴 셈이다.
김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신사업분야 진출에 대비해 준비중이던 여러 핵심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업화 검토단계에 올라서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이 새로 맡게 된 종합기술원은 사업진출 이전 단계의 선행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최근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기술이 미국에서 시범운행을 승인받는 등 성과를 증명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김 사장이 사업부장으로 있을 때부터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진행해왔다. 종합기술원과 협력을 통해 기술발전에 크게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기술 특성상 안정성과 성능향상을 위해 인텔과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기업들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개발하며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DS부문장에 오른 뒤 첫 행보로 5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연구센터를 돌아보는 출장을 다녀온 점도 반도체 기술확보 노력과 관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미국 연구소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와 전략혁신센터 등은 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며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부품업체 하만과도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개발에 각 연구기관의 시너지가 본격화되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신사업분야 진출에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반도체는 선행기술 단계에서 개발중인 사업”이라며 “고객사 또는 다른 사업부의 사업화 시기에 맞춰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화웨이 등 경쟁기업에 밀려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이 뒤처진 만큼 신사업분야에서는 선점기회를 찾기 위해 기술발전에 더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적용분야 확대가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며 “하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 삼성전자와 퀄컴 등 후발주자가 인텔 등 상위기업을 이른 시일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