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 회장은 2020년까지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매출 비중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사드보복의 장기화로 당분간 중국사업은 고전이 불가피하자 북미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20일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뉴욕에 이니스프리 단독매장을 열었다”며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에 힘입어 현재 고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가 2014년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뉴욕에 있는 유니온스퀘어에 158㎡ 면적의 2층짜리 매장을 열고 모두 900여 개의 이니스프리 제품을 팔고 있다. 미국전용상품 150여 개도 내놨다.
유동인구가 많은 뉴욕 한복판에 매장을 열어 현지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겠다는 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적인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에 라네즈가 입점했다. 미국에 있는 세포라 매장 365곳 가운데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144곳에 먼저 입점하고 점차 입점매장 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그동안 설화수, 아모레퍼시픽 등 고가상품으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을 알리는 데 힘썼다면 앞으로는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로 대중화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2020년까지 남은 3년 동안 해외매출 비중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만큼 발걸음이 바쁘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매출 비중은 25%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사드보복 여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최근 문을 연 뉴욕 이니스프리 단독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
서 회장은 북미에서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은 8월부터 로스앤젤레스 그로브 등 주요매장에 ‘한국 화장품 판매구역’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화장품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울타’와 ‘세포라’도 한국 화장품 전용구역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1분기 미국 화장품 수입국 가운데 한국이 4위를 차지했다. 5위에 머물렀던 전분기보다 60% 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한국 화장품의 인기비결은 우수한 품질, 천연원료 화장품 등 참신한 제품,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현지 소비자들은 배송비 등을 감수하더라도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화장품시장은 연간 45조 원에 이르는 만큼 아모레퍼시픽에 새 활력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북미지역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 만큼 소비자 기호도 천차만별”이라며 “아모레퍼시픽 역시 섬세한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아모레퍼시픽의 주력시장은 아시아지만 북미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북미를 시작으로 호주, 프랑스에 이어 중동 두바이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