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다음달 상장을 앞둔 삼성SDS 보유주식 전량을 상장에 맞춰 팔기로 결정한 데 대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막대한 상장차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을 서두르는 배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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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기에 삼성SDS 지분의 매각결정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 질의서를 보면 삼성전기는 구주매출 방식을 통해 삼성SDS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26일 공시에서 매각목적을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이라고 밝혔다.
삼성SDS의 현재 장외거래 가격은 33만 원 안팎인데 희망공모가격은 15만~19만 원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측은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기가 상장에 맞춰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최대 1조 원 이상에 이르는 상장차익을 포기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SDS의 특수관계인 주주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은 물론이고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총수 일가 모두 삼성SDS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삼성전기가 지분 전량을 팔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결정이 그룹 차원의 기획이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기획이나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희망 공모가격을 현 시점에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삼성전기가 삼성SDS의 최종 공모가격을 근거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재고를 요청했다.
삼성전기는 삼성SDS 지분 7.88%인 총 609만9604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SDS가 공시한 삼성SDS의 평가가액은 주당 21만7543 원이다.
이에 앞서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주당순이익배율과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평가액에서 13~31%의 할인율을 적용한 15만~19만 원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
장외거래 가격에 비해 희망 공모가액이 현저히 낮은 셈이다. 물론 희망 공모가는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어서 현재 상황에서 매각 적정가를 따지기 쉽지 않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도 상장 이후 예상주가를 35만~50만 원대까지 내다보고 있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기는 부채비율이 69.1%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도 5871억9천만 원으로 재무구조가 건전한 편이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면 삼성SDS 주식을 담보로 유리한 조건에서 차입할 수도 있다.
삼성전기는 이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향후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제개혁연대의 질의서는 아직 받아보지 못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이달 29~30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5일 청약을 받는다. 상장일은 애초 예상보다 3일 빠른 다음달 14일로 확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