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는 말을 듣고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정 이사장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4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이 “안 전 수석에게 요청을 받고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을 도와줬느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랬다”고 대답했다.
이 전 본부장은 2015년 독일 프랑크프르트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최씨의 자금거래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전화해 당시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인 이 전 본부장을 유럽총괄법인장으로 가게 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메일 또는 팩스로 이 전 본부장의 이력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고 정 이사장은 진술했다.
다만 첫 인사청탁은 하나금융지주의 유럽 총괄법인 설립계획이 취소되면서 무산됐다.
그 뒤 안 전 수석이 다시 이 전 본부장을 그룹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요구했지만 하나금융지주의 거절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 이사장은 증언했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에게 지시를 받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달했다”며 “다만 이 전 본부장이 부장급이라 그 사이에 전무 및 상무 등의 직급이 있어 갑작스럽게 부행장급인 그룹장으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하나금융 측의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 안 전 수석이 이 전 본부장을 해외영업담당 본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알아봐달라고 해 다시 하나금융지주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하나금융지주는 2015년 12월 정기인사에서 이 전 본부장을 본부장이 아닌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발령했다.
그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정 이사장은 증언했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이상화가 승진하지 않고 지점장 발령이 났다’며 짜증을 냈다”며 “다시 알아본 결과 이 전 본부장 본인이 원했다고 해 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이 이후 다시 전화해 ‘알아보니 그런 게 아니라더라’고 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해 ‘안 전 수석에게 자꾸 전화가 와 짜증이 난다’고 했다”며 “그 이후 하나금융측에서 직접 ‘안 전 수석과 통화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진술했다.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과 하나금융지주 사이의 통화내용과 관련해 “안 전 수석을 설득하거나 이 전 본부장을 승진시키기로 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아마 승진시키는 안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승진한 지 한달 여만에 당시 새로 만들어진 글로벌영업2본부장에 임명됐다.
정 이사장은 검찰이 “증인이 안 전 수석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웠던 건 그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기 때문이었냐”고 묻자 “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들었기 때문”고 대답했다.
정 이사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씀은 부처에서 무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그 내용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