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해소 의지에 따라 민간기업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노사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논란의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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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기업인과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4일 재계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7월 말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 이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유통과 서비스업계가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내년 상반기까지 한화호텔&리조트, 한화갤러리아 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8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3년 동안 롯데의 정규직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협력, 용역, 도급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채용이 많았던 제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직전인 지난달 25일 비정규직 4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방안을 미리 내놨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당일에 긴급 본부장회의를 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협력기업과 상생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2016년에 이미 노사합의로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기 때문에 합의한 내용을 계획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14년 아산과 전주의 비정규직 4천 명을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2015년 울산의 비정규직 2천 명을 추가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추가 특별채용 합의내용은 지난해 3월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안에 비정규직 6천 명의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는 노사 특별채용 합의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대차는 협력회사 채용박람회 등을 지원하면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 비정규직 논란의 불씨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노조와 비정규직 특별채용을 놓고 협의를 시작한 건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최병승씨가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이후다.
최씨에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1941명은 2010년에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직접공정으로 분류된 의장공정에서 일했던 최씨와 달리 1941명은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 간접공정에 일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해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의 손을 들어줬다. 제조업에서 직접공정뿐 아니라 간접공정에 사내하도급 직원을 투입하는 것도 불법파견으로 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민사1, 2부에 현대차와 기아차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사건을 배당하고 주심 대법관을 중심으로 법리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대법원 판결에 더해 고용노동부의 기아차 불법파견 조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항소심 판결이 난 뒤 전담팀을 꾸려 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