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분식회계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KDB산업은행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궁지에 몰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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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산업은행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전·현직 임원들이 협력기업들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을 동원해 2013년부터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인데 수출입은행은 6월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 이전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인데 산업은행은 2006년 한국항공우주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며 최대주주에 올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한국항공우주 지분을 출자하기 전까지 최대주주를 유지했다.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산업은행은 최대주주로 책무를 게을리했다는 말을 들을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과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26% 정도밖에 들고 있지 않아 대주주이지만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며 "더욱이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 적정의견을 낸 재무제표를 놓고 산업은행이 어떻게 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4월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집회를 진행할 때 회사채를 들고 있던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에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하며 산업은행의 자율적인 채무조정방안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전례가 있고 산업은행 역시 대주주로서 관리부실 책임이 있는 만큼 신뢰를 잃었던 셈이다.
산업은행은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대규모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수천억 원대 적자를 냈지만 분식회계를 통해 흑자로 만든 뒤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경영을 책임져야 할 대주주가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관리부실 책임론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4월 결국 사채권자집회에서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와 별도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분식회계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