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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환섭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 회의실에 설치된 도청마이크를 설명하고 있다. |
LG화학이 '불법도청' 사태로 13년 동안 비교적 원만하게 유지돼왔던 노사관계에 균열이 생겨났다.
회사 측이 공식 사과를 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LG화학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5일 LG화학 노조에 따르면 LG화학 노사의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전면중단됐다.
LG화학 노조 대산지부는 7월25일과 26일 각각 12차, 13차 노사교섭을 진행하고 청주와 익산지부 등은 27일 제8차 노사교섭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불법도청사태로 무기한 연기됐다.
노사는 6월 초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7월20일 열린 제7차 임단협에서 회사 측이 노조를 불법도청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익산공장의 노조휴게실에 회사측이 녹음기능이 있는 도청장치를 설치해 노조를 불법으로 도청하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노사교섭이 전면중단된 것이다.
노조의 각 지부장은 이날 LG화학 서울본사를 방문해 불법도청에 항의하는 한편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LG화학은 오전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불법도청 사건을 사법기관 등에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할 것"이라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부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LG화학의 올해 임단협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는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별다른 갈등없이 임단협을 성사했는데 올해 이런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
노사갈등의 골이 깊게 패인 요인으로 회사측의 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작업이 꼽힌다.
LG화학 노조 관계자는 “LG화학 노조는 그동안 여러 지부로 쪼개져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에 소속된 노조와 단일노조로 나뉘어 있었다”며 “올해 LG생명과학이 LG화학에 흡수되면서 회사가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하던 것을 단일화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LG생명과학 노동조합을 LG화학의 기존 노조와 묶어서 임단협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노사갈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LG생명과학은 의약품 등을 만드는 회사인데 올해 1월1일을 기점으로 LG화학에 흡수합병됐다.
LG생명과학 노조는 LG화학 노조에 소속돼 단체교섭을 진행할 경우 교섭권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회사 측의 노조 단일화에 반발해왔다.
LG생명과학 노조가 LG화학 노조에 소속되어 노사협상을 진행하면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라서 노사교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렵다. LG생명과학 노조가 LG화학의 소수노조로서 노사교섭에 나서면 회사 측을 견제하기 위해 쟁의 등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민주노동전북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LG화학 회사측이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노조휴게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고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려는 범죄행위”라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와 불법도청같은 범죄행위가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