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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용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장(왼쪽)과 현준용 LG유플러스 AI서비스사업부장(오른쪽)이 20일 원내비 출시를 기념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KT와 LG유플러스가 내비게이션(길안내)분야에서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에 대항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내비게이션은 자율주행분야에서 핵심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SK텔레콤이 지난해 T맵을 무료로 개방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자 KT와 LG유플러스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KT-LG유플러스, 내비게이션 동맹
KT와 LG유플러스는 각자가 보유한 내비게이션 ‘KT내비’와 ‘U+내비’를 통합해 새로운 모바일 내비게이션 ‘원내비(ONE NAVI)’를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자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 데이터, 누적 교통정보 등 주요 데이터들을 원내비에 통합해 제공한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보유하던 △경로상 최저가 주유소 안내 △목적지에 특정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출발시간을 예측해서 알려주는 타임머신 △블랙박스 △전국 1만여 지점의 교차로 실사 사진 △114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목적지 및 주변 검색 △ 운전 중 자동응답 △맛집 정보 등의 기능도 전부 합쳐졌다.
교차로 진출입 시 동영상을 통해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인 ‘교차로안내’와 음성안내서비스 ‘보이스턴’도 추가됐다. GPS 민감도도 높아져 위치가 바로바로 반영된다고 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원내비 출시로 내비게이션 사업에서 SK텔레콤에 맞서 연합전선을 구축하게 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잡아왔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통신망 규격 ‘로라(LoRa)’에 맞서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을 공동 구축했으며 최근 협대역 사물인터넷 기술시험을 위한 오픈랩(개방형연구실)을 공유하기로 했다.
올해 3월에는 LG유플러스가 KT 자회사인 지니뮤직의 지분 15%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음원콘텐츠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KT그룹의 스팸차단서비스 ‘후후’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 내비게이션 전쟁, 왜 일어났나
KT와 LG유플러스가 내비게이션분야에서 손잡은 이유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자율주행분야에서 지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의 운전기록 데이터, 지리 정보, 실시간 운행 정보, 교통 정보 등은 자율주행 연구개발의 핵심 데이터들이다.
SK텔레콤은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잇다.
SK텔레콤은 ‘T맵’을 자율주행사업의 핵심을 보고 3분기부터 T맵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자율주행 플랫폼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 가운데 하나인 미국 엔비디아와도 협력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부터 T맵을 타사 고객들에게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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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T맵'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다. |
T맵의 사용자는 급증했고 타사 T맵 이용고객은 1년 만에 8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T맵의 이용자 수는 개방전 741만 명에서 현재 1060만 명에 이른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월 1600만 명 정도가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SK텔레콤이 T맵을 개방하면서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2등 사업자인 카카오내비의 경우 2017년 5월기준 이용자가 315만 명 수준에 그친다.
SK텔레콤은 T맵 개방 이후 데이터 확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T맵의 1주당 교통 정보수집 건수는 무료개방 이전 21억 건에서 무료개방 이후 37억 건으로 72%나 늘어났다.
◆ KT-LG유플러스, T맵 타도 가능할까
KT와 LG유플러스는 원내비 출시로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KT내비는 월이용자가 220만 명, U+내비는 70만 명 수준으로 현재 시장점유율 3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이용자들이 통합되면 2위인 카카오내비와 비슷한 수준의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시장이 ‘1강 2중’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T맵을 추격하기 위해 KT와 LG유플러스는 두 회사의 고객들이 이용하는 원내비의 데이터요금을 전면 무료화한다고도 밝혔다. 이른바 ‘제로레이팅’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원내비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정용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장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지리정보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며 “KT와 LG유플러스가 내비게이션을 통합함으로써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 플랫폼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준용 LG유플러스 AI(인공지능)서비스사업부 전무는 “원내비는 단순한 브랜드의 통합에 그치지 않고 두 회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품질을 더욱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