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보호규제의 도입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환경보호규제가 도입되면 새로운 선박의 발주가 늘어나 수주기회를 잡을 것으로 봤는데 기대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 국제해사기구,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도입시기 연장 저울질
6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규제의 도입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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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도입과 관련해 선주들에게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이 무게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워 넣는 바닷물이다. 장거리 운항을 하는 선박의 경우 출항지에서 실은 물을 다른 나라 항구에서 버리게 되는데 출항지에 서식하던 해양생물들이 그대로 배출돼 인접바다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 9월에 올해 9월8일부터 국제항해를 하는 모든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비준했다.
선주들이 운영하고 있는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게 되면 선박평형수를 배출할 때 해양생물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이 설비의 도입시기를 당분간 늦춰달라고 국제해사기구에 요구했다. 선주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는 현재 영국 런던본부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71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에서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시행시기를 2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선박의 경우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의무설치시기를 2019년 9월까지 연기하는 대신 새로 발주하는 선박의 경우 기존에 합의했던 대로 9월8일부터 실시하는 방안을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해사기구는 7일 열리는 최종회의에서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도입시기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선3사, 수주회복 당분간 멀어지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2년 유예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주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장착한 비율이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유예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해사기구가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의 도입시기를 당분간 미룰 경우 국내 조선사의 신규수주 회복속도도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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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
조선업계는 애초 이번 환경규제가 시행되면 해외 선주들이 선박의 교체시기를 앞당겨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장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척당 평균 100만~2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선박 규모에 따라 최대 500만 달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기검사비용까지 감안하면 1천만 달러에 이르는 돈이 투입된다.
15년 이상된 노후화한 선박을 보유한 선주의 경우 향후 5~10년가량 선박을 더 사용하기 위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하는 것보다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전 세계 선박 가운데 15년 이상된 선박의 비중은 약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해외 선주들이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만족하기 위해 이 선박들을 새로운 선박으로 대체하기 위한 발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단비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봤다.
하지만 협약의 발효시기가 연기되면 국내 조선사들이 기대해왔던 발주량 증가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